▲거미줄에 잡힐까 걱정돼서 다시 잠자리 구출에 도전했다.
이장연
들깨씨를 뿌려놓은 비닐하우스 입구에 밀잠자리 한마리가 들어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지쳤는지 잠시 날개를 쉬려고 녹슨 쇠파이프에 앉은 잠자리를 그냥 냅둘까 하다가, 그대로 뒀다가는 하우스 곳곳에 있는 거미줄에 잡힐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어렸을 적 잠자리 잡던 실력을 발휘해서 잠자리 뒤꽁무니에서 살그머니 다가가 날개를 잡으려는데, 눈치빠른 녀석은 다시 요란하게 몸부림을 쳤다. 하우스 밖으로 날아가게 도와주려는 사람 맘도 몰라주고 말이다.
그러다 고분해진 밀잠자리의 날개를 덥썩 잡아서는 날려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밀잠자리는 날아갔지만, 감사인사를 받으려 한 것도 아니니 상관 없었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밀잠자리를 볼 수 있는 것만도 반가운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