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대표, 내 말 듣더니 눈이 충혈되더라"

[스팟인터뷰] 권영길, 총선 불출마 선언..."진보신당과 통합 무산, 상상만 해도 끔찍"

등록 2011.06.22 14:46수정 2011.06.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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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 민노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진보정당 건설이 실패한다면 국회의원 3선이 아니라 10선을 한들 무슨 소용이겠냐는 판단을 했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회 민노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합진보정당 건설이 실패한다면 국회의원 3선이 아니라 10선을 한들 무슨 소용이겠냐는 판단을 했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남소연

"26일 진보신당 대의원대회가 열린다. 여기서 통합이 무산되면 그전보다 더 날카롭게 대립각이 설 수밖에 없다. 이건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상황이 된다면 10선 국회의원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지금 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직격탄을 날렸다. 초대 민주노총 위원장이자 초대 민주노동당 대표였던 그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당면한 진보통합의 길에서 백의종군할 것이며 새로 만들어질 통합진보정당에서는 그 어떤 당직과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진보통합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도 마다하지 않고 만날 것이며 그 어떤 일도 할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권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총선 불출마 선언 배경과 향후 진보통합의 중대성에 대해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무엇보다 권 의원은 "오늘(22일) 아침 이정희 대표에게 말씀 드렸다"며 "이 대표가 충혈된 눈으로 나가는 걸 보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정희 대표에게 자신의 결단이 또 하나의 짐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진보통합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날 "진보신당에서 통합에 대한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라며 "노동자들이 신자유주의 때문에도 죽을 맛인데 진보정당까지 분열돼서 이게 뭐냐 할 때는 정말 견디기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특히 권 의원은 "통합진보정당이 되면 원내교섭단체는 확신한다"며 "17대 때 민노당 국회의원이 모두 10명이었는데 이번에도 통합만 되면 수도권과 호남, 영남 지역에서 20석은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가능성 여부는 통합진보정당에 달렸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권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권영길의 눈물


- 사실상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셨다. 이정희 대표와는 상의하셨나.
"오늘(22일) 아침 이정희 대표에게 말씀은 드렸다. 대화 도중 이정희 대표도 나도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정희 대표가 충혈된 눈으로 나가는 걸 보니 더욱 더 마음이 아팠다. 나 역시 당대표를 지낸 사람이기 때문에 현재 이 상황에서 민노당 당대표의 심정이 어떨지 잘 알고 있다. 진보통합을 위한 결정이기는 하지만 이 자체로 이 대표에게는 또 하나의 짐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 점에서 나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 모든 당직과 공직을 맡지 않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고 있었나.
"통합진보정당 건설 움직임은 올 초 부각됐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생각한 건 2009년 가을부터다. 기실 민노당에서 노동현장에 갈 수 있는 사람은 권영길밖에 없었다. 그 말인즉, 진보정당을 통합시키라는 노동자의 명령과 맥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때문에도 죽을 맛인데 진보정당까지 분열돼서 이게 뭐냐,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못 줄망정 고통을 주는 것이냐 비판이 많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이자 민노당 초대 대표로서 견디기 어려웠다."


-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면 3선 국회의원이 된다. 진보정치에도 적잖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포기하고 통합의 길로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는데, 그만큼 진보통합에 중대 위기가 있다고 보는 것인가.
"나부터 모든 당직과 공직을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될 중대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26일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통합이 무산되면 그 이전보다 더 날카롭게 대립각이 서게 된다. 그것은 정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상황에서 10선 국회의원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나. 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지난 19일 민노당 정책 당대회 때 당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왜 그랬나.
"경남쪽 당원들이 대회 평가를 하면서 첫 번째가 권영길의 눈물이었다고 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다. 3000명 가까운 당원들과 함께 당가를 부르면서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합진보정당이 되면 모든 게 새롭게 되는 것이니까. 그 생각을 하니 창당부터 함께 해왔던 수많은 동지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아났다. 8월 당 대회는 대의원대회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지는 않을 것이다."

"통합정당 돼도 수많은 난관... 누군가는 해결해야 할 몫"

-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면 이후 통합의 경로는 어떻게 되는 건가.
"그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직설적 용어로 26일에 합의안이 깨지면 다시 주워 담을 그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관련돼서는 아예 생각을 안 한다. 물론 어떤 분들은 그 이후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어떤 당직과 선출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통합진보정당을 만들어가는 데서 그 무엇이든 작으나마 역할을 하겠다. 26일 진보신당에서도 합의안이 통과돼도 수많은 난관이 있다. 그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통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되고 싶은 게 내 생각이다."

- 진보통합을 위한 외곽조직 '진보의 합창'에서 활동 중인 노회찬, 심상정 두 전직 진보신당 대표와 강기갑 의원과도 논의하지 않았나.
"강기갑 전 대표에게는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이것은 상의할 성격이 아니다. 물론 진보정당에서 3선 의원이 나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미 한나라당에서도 창원은 민노당의 텃밭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상의할 게 아니라서 보좌진과 날짜만 정하는 선에서 결정했다. 상의는 아니지만 창원에 있는 몇몇 동지들에게도 미리 알려주긴 했었다."

-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통합논의는 여러 갈래로 추진 중이다. 어떤 방법이 있겠나.
"내년 정권교체는 국민의 명령이다. 나는 선 통합진보정당 건설, 후 야권연대 노선을 갖고 있다. 빅텐트론 같은 하나의 단일정당 건설은 반대하고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지나치게 전체통합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국민들은 진보정치세력과 개혁세력이 함께 길을 걷겠다고 하면 박수칠 것이다."

- 기자회견에서 통합정당의 당내 민주주의 확립 과정이 '자리 문제'로 비화돼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통합진보정당 수임기구 구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는데, 유독 이 문제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통합진보정당의 대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각 지역조직, 총선 후보 조정, 각종 당직 등등이 거론될 것이다. 이때 서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 솔직히 진보신당 쪽에서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또 무엇이 패권주의의 발로가 되느냐, 다수의 힘으로 결정해 버리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다. 민노당은 진보정당의 맏형이다. 분당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떨어져나간 정파보다 남아 있는 정파의 수가 많다. 사실 나는 패권주의 문제가 또 다시 노정될 우려가 있다는 고민을 갖고 있다. 이때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하나 있어야 해결될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민노당 핵심 지도부도 모르게 결단했다"

- 당분간 당내 논란이 지속될 것 같다. 지금 시점에 왜 이렇게 하느냐 구구한 해석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며칠간 논란은 분분할 테고,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본다. 또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은 넘어야 할 고개다. 당원들 입장에서야 전격적이지만 나는 오래 고민해왔다. 당의 핵심 지도부도 모르고 있다가 닥친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건 감당해야 하고 이해시키면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통합진보정당이 되면, 내년 총선은 낙관할 수 있다고 판단하나.
"통합진보정당이 되면 원내교섭단체는 확신한다. 17대 때 민노당 국회의원이 10명이었다. 비록 조승수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9명이 됐지만. 그때 지역구가 2명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거명하겠다. 심상정? 지난번에 아깝게 떨어졌다. 노회찬? 된다. 이정희 대표? 될 것이다. 인천에 구청장이 둘인데 국회의원 하나 못할까? 이러면 수도권에서 최소 5명이다. 호남은 순천에 1명 있다. 지난 재보선에서 광주 남구도 거의 근접했었다. 그럼 최소 둘이다. 울산부산영남에서 5명은 된다. 비례대표도 늘어난다. 최소 20명은 된다. 다만, 선 진보통합, 후 야권연대가 돼야 한다. 그래야 이게 모두 가능해진다."

- 내년 총선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정치협상을 통해 1:1구도를 만들 수 있겠나. 이걸 못 만들면 어려워질 텐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대선 이기려면 총선 이겨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자기 희생이 필요하다. 양보도 해야 한다. 안 그러고 어떻게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 그러려면 진보개혁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 꼭 해낼 수 있고, 해내리라 생각한다."
#권영길 #통합진보정당 #불출마 #19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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