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전격 합의된 20일 김황식 총리가 이귀남 법무부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청와대 서별관. 오전 10시부터 이곳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청와대 협상'이 시작됐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이귀남 법무부장관,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조현오 경찰청장뿐만 아니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까지 불러 모았다.
국무총리실의 중재도 먹혀들지 않자 청와대가 직접 나선 것이다. '청와대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처럼 국가적 현안은 청와대가 적극 나서라"라고 지시했다. 임태희 실장도 이귀남 장관 등을 향해 "오늘 합의가 안 되면 여기서 못 나간다"고 압박했다.
1시간 30여 분간 협상이 진행된 끝에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갖되 검찰이 모든 사건을 지휘한다'는 합의안이 나왔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으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해 경찰을 새로운 수사주체로 인정했다는 긍정적 평가에서부터,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한층 강화해 '무늬만 수사권 조정'이라는 비판적 평가까지 나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밀실에서 단박에 이루어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정 과정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 검·경의 '이해관계'만 반영됐지 정작 피의자 인권보호 등은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시민'은 어디에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오 국장은 "범죄의 마그나카르타라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다루는데 피의자 인권보호 등은 논의하지 않고 청와대가 문 닫아 걸고 '합의 안 하면 못 나간다'고 압박해서 합의안을 이끌어낸 것은 부적절했다"며 "검·경 양 기관이 국민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밀실에서 야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형사소송법 조문만 복잡해졌지 조정된 게 전혀 없다"며 "이것은 수사권 조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오 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 도출 과정을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밀실에서, 단박에 이루어졌다"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검찰의 권력분산'이라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본래 취지를 살린 합의안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여기에서 (검찰개혁 등과 관련된) '노무현 방식'과 '이명박 방식'의 차이가 드러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수차례 공청회 등을 열어 논의를 진행한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논의 자체를 봉쇄해 검찰개혁이 진행되지 않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오 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과정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개혁 웬말이냐?'라며 연좌시위를 벌이는 것 같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입법부에서 논의해야지 국무총리실이나 청와대가 논의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국장은 청와대가 이렇게까지 나선 이유와 관련해 "임기 말이 불안한 이명박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검찰 편을 든 것"이라며 "레임덕 방지를 위한 이명박 정권의 임기 말 관리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검찰과 척지지 않고, 싸우지 않으면서 임기 말과 임기 이후를 보장받으려는 꼼수"라고도 했다
오 국장은 "하지만 검찰 편을 들어준다고 해서 검찰이 임기 말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의 속성을 모르는 것 같은데 검찰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파쇼'에 비하면 '경찰파쇼'는 아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