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에서 만난 할머니갈평에 사신다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문경 장에 가끔 나오는데, 올 때마다 여러 가지 장을 보고 가신대요. 가방이 몹시 무거워보였는데, 설거지할 때 쓰는 물비누와 막걸리도 사가지고 간다고 했어요.
손현희
차표를 끊고 터미널 둘레에서 늦은 아침을 먹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문경시외버스터미널은 새 단장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어요. 말끔한 게 시골버스터미널 치고는 꽤 예뻤답니다. '갈평'에 사신다는 할머니 한 분과 이야기를 잠깐 나눴는데, 가끔 문경장에 나와서 이것저것 물건을 사가지고 가신대요. 가방이랑 따로 꾸린 보따리가 꽤 무겁게 보이더군요.
허리도 많이 굽은 분이셨는데, 저 많은 짐을 어찌 지고 가실까 걱정되어 여쭈었더니, 무겁긴 해도 괜찮다 하시네요. 설거지할 때 쓰는 물비누와 막걸리도 몇 통 사가지고 간다면서,
"무겁기는 해도 여 오면 이래 한번 사가지고 가믄 한참은 쓰니께 괘안아요" 하시면서 웃으십니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차를 기다리던 할머니보다 우리가 먼저 자리를 일어섰어요. 이윽고 연풍면에 닿았는데 생각보다 꽤 가까운 거리더군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이고! 차창 너머로 한눈에 들어서는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바로 '연풍직행정류소'이었어요. 말이 버스정류장이지, 무척이나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답니다. '여기에 과연 버스가 서기는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깥에서 봐도 안은 텅 비어있고, 손님 하나 없어요.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니, 긴 걸상 두 개, 탁자 하나, 벽에 걸린 거울 하나, 그리고 달력종이 뒷면에다가 적어놓은 버스 시간표가 다였어요. 한쪽 곁에는 지난날엔 매점을 했던 듯했으나 지금은 굳게 닫아놓았더군요. 이 낡고 오래된 정류장을 보는데 왠지 가슴 한 쪽이 썰렁하더군요. 매점까지 차렸던 걸 보면, 그래도 지난날엔 꽤 많은 손님들이 오갔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