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1925년에 건립된 서울역사는 현재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자료사진
당초의 방한 일정을 늦춰 가며 이들을 취재한 그는 귀국 후 도쿄와 오사카에서 한국에 남아 있는 일제시대 건물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그는 또 이 건물들을 답사하면서 느낀 소감과 남산도서관에서 확인한 자료들을 토대로 60여 쪽 분량의 소책자를 하나 펴냈습니다. <식민지 조선의 잔영(殘影)을 찍다>가 그것인데, 이 책은 서울시내 일제잔재 건물에 대한 첫 기록입니다. 그 책 첫머리에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역사는 역사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1990년대 이후 국내 출판계에 등장한 새로운 흐름 가운데 하나가 민중생활사에 대한 주목입니다. 이는 종래의 정치사(왕조사), 사건·사고사 위주의 역사서술 방식을 탈피한 것으로, 유럽에서 시작된 미시사(微視史) 서술방식을 본딴 것이랄 수 있습니다. 즉 정치사 대신 서적, 복식, 화폐, 음식, 건축, 회화, 생활도구 등을 역사서술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와 같은 책이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란 한마디로 말해 '옛날이야기'이며, 이를 기록하는 수단은 문자, 사진, 그림, 노래 등 다양합니다. 그간 대부분의 역사기록은 문자 위주로만 해석해 왔는데 이는 전적으로 문자 이외 분야에서의 노력 부족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예로 최근 일본에서 반환 움직임이 일고 있는 '조선왕실의궤'의 경우 왕실의 주요 행사를 그림으로 기록한 것으로 그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그러나 여태 이를 대중적으로 풀어낸 성과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재미작가 이충렬(57)씨가 펴낸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김영사 펴냄)은 돋보이는 시도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그간 출간된 그림(미술)을 주제로 한 책들은 회화에만 중점을 둔, 즉 회화사나 작가론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림 이야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이번에 이씨가 펴낸 책은 그림이 주제가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 역사, 즉 우리의 근대사를 풀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