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있는 풍경>
정만진
'낯선, 어떤, 산수풍경'의 화백은 전통적인 우리 그림을 현대적으로 탈바꿈해내는 작업에 몰두해왔던 한국화가 박병춘 덕성여대 교수이다. 그의 최근 작업은 전통적 풍경 묘사 위에 엉뚱한 사물을 추가함으로써 산수화가 가지는 본연의 의미를 뒤틀어버리는 데에 흥미가 쏠려 있다. 흑백의 묵 그림으로 구현한 절벽 위에 빨간 패러글라이더가 '불쑥' 떠 있는 작품들은 작가의 그러한 실험성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두고 실험적 화풍으로 볼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전통적 산수화를 그리던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하늘에 패러글라이더가 실제로 떠 있는 세상이니까. 박병춘의 작품 앞에 선, 그림 애호가 아닌 일반인들이 빨갛고 노란 패러글라이더보다도 어쩌면 붓선을 수직으로 되풀이 그어 산세와 나무를 표현해낸 산수의 풍경을 더 낯설어할지도 모른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동양의 산수화와 서양의 풍경화가 가지는 차이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현실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런 곳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속의 비경(秘境) 산수를 표현하는 것이 동양의 산수화였고, 서양의 풍경화는 자연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박병춘 화백의 파격은 분명히 실험적인 그림이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비경의 산수 속에 누군가가 노란 소파를 버려두고 간 것을 실제로 목격한 박 화백이 그것의 진경을 산수화적 기법으로 표현해 낸 작품이 바로 '노란 소파가 있는 풍경'이라는 해석이다.
이 부분에 대한 윤구홍 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작품 해설을 통해 "작가의 정신세계를 물질적인 화폭에 옮겨놓으며 가상의 공간을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관념산수의 전통이 아닌, 실재하는 장소의 경관을 재현하는 진경산수의 방법에서 박 화백은 실험적 필선구사법을 결합하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 또한 작가가 강원도의 외딴 산지를 돌아다니며 물색한 곳에서 붓으로 스케치한 작업에 기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병춘 화백의 <어떤, 낯선, 산수풍경>전은 6월 20일부터 7월 16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인 분도갤러리는 대구시 중구 대백프라자 옆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