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안듀하씨는 1년 6개월 전부터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오바마 콘돔', '매케인 콘돔', '페일린 콘돔' 등을 팔고 있다.
박정호
'오바마 콘돔' 포장지에는 "올바른 판단 아래 사용하세요", "희망은 보호의 수단이 아니다"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그의 캐치프레이즈를 빗댄 것이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사진이 인쇄된 '매케인 콘돔' 포장지에서는 "늙었지만 꺼지지 않습니다"라는 기발한(?) 문구를 볼 수 있다. 지난 대선 후보 당시 그는 71살이었다. 낙태에 반대해 온 세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를 모델로 한 콘돔은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낙태가 옵션이 아닐 때"라고 쓰여 있다.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이 인쇄된 "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라는 제목의 콘돔도 있다. 포장지를 벗겨보니, 안쪽에 "미국 경제 상태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오바마 콘돔'은 모두 검은 색이다. "부시의 대통령직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바마 콘돔'은 덜 효과적이고 실패하는 경향이 생길 것"이라며 "유효기간이 지난 것은 사용하지 말라"는 '사용 팁'도 재미있다.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한 개에 5달러, 2개에 7달러, 3개에 10달러란다. 비싸다고 했더니, "타임스스퀘어에서는 모든 게 비싸다"며 웃는다. 사람들이 많이 살까? "잘 팔리는 날도 있고, 안 팔리는 날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4시간에 80달러어치는 판다"고 한다.
3주 전, 경찰에게 체포됐을 때 상황을 물었다. 경찰은 판매허가 없이 콘돔을 팔았다는 이유로 안듀하씨를 체포했다. 이번이 세 번째 체포였다. 그는 "그들이 내 선전판, 콘돔 등 100달러어치 이상 되는 제품을 모두 가져갔다"며 "나에게는 많은 비용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타임스스퀘어로 돌아왔다. 왜일까?
"경찰은 내 콘돔이 미국 대통령의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하더라. 또한 내가 콘돔을 팔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잡아간다고 했다. 이것은 정치적인 이유다. 하지만 판사는 내가 콘돔을 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나는 죄가 없고 합법적이라고 했다. 그래서 콘돔을 팔기 위해 다시 (타임스스퀘어로) 돌아온 것이다."실제 2011년 초 뉴욕주 형사 법원은 "표현의 자유가 명시된 수정헌법 제1조에 의거해 안듀하씨의 콘돔을 팔 권리가 보호된다"며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린 코틀러(Lynn R. Kotler) 판사는 "콘돔 포장지는 일반서적과 같이 취급되기 때문에 시 당국의 판매허가가 필요 없다"고 판시했다. 안듀하씨가 앞으로도 계속 '오바마, 페일린 콘돔'을 팔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해 준 셈이다.
코틀러 판사가 당시 재판에서 인용한 것은 지난 2005년 뉴욕시 소비자부서에서 보내온 문서였다. 그 문서에는 '버튼이나 티셔츠, 깃발 등에 정치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경우 일반적인 판매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안듀하씨가 처음 체포됐던 사건에 대한 것이다. 게다가 뉴욕 경찰은 판결에 불복, 곧바로 항소했다. 특히 경찰은 안듀하씨가 또다시 '오바마, 페일린 콘돔'을 팔 경우 항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그를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 3주 전 그를 타임스스퀘어에서 세 번째 체포했다.
"나는 세금도 낸다. 나는 판사로부터 (무죄라는) 허가도 받았다. 경찰이 왜 내 콘돔을 불법이라고 생각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뉴욕 경찰은 악당이 되어 가고 있다."그에게 "왜 경찰에 체포되는 등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오바마 콘돔'을 팔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돈과 즐거움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일을 한다. 그리고 내 일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때문에 좋다. 뉴욕에서는 일이 없거나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할 권리가 있다. 수정헌법 1조에서 보장하고 있다. 1776년 영국으로부터 미국이 독립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게 바로 이러한 권리다.""'오바마 콘돔'은 무죄, '우리나라 쥐20'은 유죄... 비교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