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망동 달동네의 널찍한 계단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도 군산 앞바다가 훤히 보인다.
김종성
군산항과 부둣가의 도로를 따라 새만금 방조제의 기점인 비응항을 향해 달려간다. 아직 유월인데도 날씨는 한여름처럼 무덥고 햇살은 화살처럼 등에 따갑게 꽂힌다. 중간에 들른 어느 동네 슈퍼 아저씨에게 확인차 비응항 가는 길을 물어 보았더니 이 길 따라 '빤드시' 가란다. 사투리가 재미있고 학생시절 어머니가 가져다준 맛깔스런 김치를 아낌없이 나누어주던, 광주가 고향인 정 많았던 동생 녀석이 떠올랐다.
정말 아저씨 말대로 군산 부두와 산업단지 옆 도로는 비응항까지 '빤드시' 펼쳐져 있다. 무한 페달질을 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도로 저 끝에 달리는 차량들 밑으로 가물가물 거리며 물이 고여 있는게 아닌가. 사막에서나 보인다는 신기루를 도로에서 발견하다니. 정말 조금만 더 달려가면 시원한 물가가 있을 것 같이 신기루가 유혹적이고 생생하다.
길가의 버스 정류장에서 햇볕을 피하며 물을 마시고 있는데 마주편에 찻길을 내려다보듯 하는 언덕 동네이 보인다. 국가등록문화재 해망굴이 있는 해망동이라는 동네다. 저녁에는 주민들을 따사롭게 비춰줄 것 같은 가로등이 서 있는 널찍한 돌계단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도 바닷가의 달동네라 그런지 저 앞의 군산 앞바다가 훤히 보인다. 골목에 왠 미술관 안내팻말이 붙어 있다.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초라한 달동네를 환하게 밝히고자 벽화도 그리고 동네 아이들에게 미술도 가르친다니 고마운 일이다.
도로위 표지판에서만 보이지 나타날듯 나타나지 않던 비응항에 드디어 다다랗다. 예전엔 섬이었는지 몇몇 가게의 간판에 비응도라고 써 있는 게 보인다. 비응항도 간척으로 섬에서 육지로 합쳐졌나보다. 싱싱한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수산물 시장, 작은 어선들이 들고 나는 하얀색, 빨간색의 등대가 마주하며 서있는 비응항은 새만금방조제가 연결돼 있지 않다면 다른 평범한 항구와 다를 것이 없는 오붓하면서 활기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