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1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흐뭇한 듯 박지만씨와 신부 서향희씨를 쳐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 동생이 2004년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해 이듬해 48살의 늦은 나이에, 비명에 간 아버지의 대를 잇는 첫손자를 얻었으니 왜 아니 기쁘고, 가슴 벅차지 않겠는가. 또 박 의원으로서는 '뽕쟁이' 동생을 마약으로부터 '구원' 해준 16살 연하의 올케가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그런데 동생과 올케가 최근 삼화저축은행 로비 연루 의혹으로 정치권과 언론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박지만씨,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아주 가까운 사이"라며 "신 회장이 연행되기 두 시간 전에도 박씨와 함께 있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홍 의원은 또 "박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삼화저축은행 고문으로 일하다가 신 회장이 구속되는 등 사건이 터진 뒤 고문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가 대표를 맡았던 법무법인 주원은 2009년 4월 20일부터 지난 4월 19일까지 자문계약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 회장이 지난 4월 2일 구속된 이후 고문에서 사임했다는 것이다. 박지만씨 연루 의혹을 더 확산시킨 것은 신삼길 명예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보도된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여동생 공아무개씨와의 통화내용을 전한 6일자 <조선일보> 기사였다.
공씨는 이 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신 명예회장에게 지만씨를 소개해 줬다"면서 "그 후 셋이서 자주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신 명예회장과 지만씨는 '58년 개띠' 동갑이라 그런지 '아삼륙'(단짝)이라고 할 정도로 절친해졌다"고 전했다. 그 '아삼륙' 모임에는 국회의원 낙선 후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정진석 전 정무수석과 이웅렬 코오롱 회장도 어울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6일 한 친박계 의원은 박지만 회장이 누나(박근혜)와의 전화통화에서 '신 회장과는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로비 의혹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도 다음날 국회 본회의 참석 직전에 기자들이 동생의 로비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본인이 (아니라고) 확실히 말했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본인 부인으로 끝난 것'이라는 박근혜의 '종결 멘트'는 이번엔 안 통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반 국민도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끝이냐. 아니면 박지만씨에게 적용되는 특별한 법이 있느냐"고 특권의식을 꼬집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도 "'여의도 선덕여왕'은 동생이 말했으니 그것으로 끝이라고 하면 그만이냐. 박 전 대표의 말이 수사지침이냐"고 따졌다
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신삼길 회장도 나섰다. 수감 중인 신 회장은 14일 변호인을 통해 "박 회장과는 순수한 친구 관계이며 저의 파산을 마음으로 위로해준 사실은 있어도 구명 로비를 부탁한 적도, 로비를 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3월 말 박 회장과 평소 가던 압구정동 보리밥집에서 안부를 묻는 정도의 말을 나누고 6천 원 하는 점심을 먹고 바로 헤어졌다가 체포됐다"고 연행 직전에 박씨와 만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구명 로비를 했다면 그런 식으로 체포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는 어머니 닮았지만 큰누나는 아버지 닮아 정치할 사람"이런 반박은 논리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신 회장은 구속 기소되었지만, 삼화저축은행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삼화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당했지만 지난 2월 우리금융지주사에 합병돼 살아남았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로비'였다는 얘기고, 이는 누군가가 우리금융지주사에 부실한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라고 압력을 넣은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으로 연결된다.
물론, 신 회장과는 '순수한 친구 관계'라는 박씨나, 동생의 성품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박 의원으로서는 이런 의혹이 억울할 법하다. 실제로 박씨를 직접 겪어본 사람들은 그를 '내성적이고 착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박 회장이 평소에 '나는 어머니를 닮았지만 큰누나는 아버지를 닮아 정치할 사람이다'고 말했다"면서 "자신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성적인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회장이 사람을 만날 때도 조심스럽게 가려서 사귀는 착한 사람이지만, 외로운 사람이어서 자기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한테는 마음을 쉽게 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박지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인) 김홍업과 비슷한 과(科)다"고 말했다. 이는 박 회장이 김홍업 전 의원처럼 선량한 사람일지라도 친구 관리를 못해서 비리에 연루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더욱이 박지만 서향희 부부가 다니는 소망교회에는 신삼길 회장 말고도 '미래권력 박근혜'에 줄을 대려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향희 변호사는 노동법 전문으로 알려졌다. 삼화저축은행이 노동법 전문 변호사에게 고문을 맡긴 것은 사실상 '노동 아닌 다른 일'을 해달라는 요청이거나, 최소한 미래권력에 대한 '보험'의 성격을 띤 것으로 봐야 한다. 고문변호사인 서씨가 정작 삼화저축은행 사건이 터지자 고문변호사직을 사임한 것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신라 진평왕의 장녀인 선덕여왕의 이름은 '덕만'이다. 덕만에게는 남동생이 없지만, '현대판 덕만의 착한 동생' 지만은 10·26 이후 또 한 번 인생의 시련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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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덕만'의 '착한 동생' 박지만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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