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편 리무진버스에 보수단체 회원들이 던진 계란세례 자국이 남아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대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당시 조사 전후에 노 대통령께 충분히 예의를 갖췄다"고 반박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수사하는 사람으로서 직분을 다했을 뿐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 내 심정이 어떻겠느냐? … 노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쳤을 무렵에는 내가 직접 중수부 특별조사실로 올라가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하고는 20분 정도 선 채로 있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앉아 계셨고 나는 예를 차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문재인 이사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진술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날 조사 당일 오후 5시께 미국의 '핀센'이라는 기관에서 노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일종의 단서가 우리 수사팀에 도착했었다"고 말했다.
"박연차 전 회장과 대질하려는 발상 자체가 대단히 무례한 것이었다"는 문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두 사람의 말이 틀리니까(다르니까) 어느 쪽이 진실인가 밝히기 위해서는 당연한 절차 아니냐.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말을 들은 문재인 이사장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뉴저지 주택 구입 사실을 언급한 데 대해 "이미 다 나온 내용을 들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알았느냐 여부인데, 알았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없으니 (검찰이)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즉각 재반박했다.
또한 문 이사장은 이 전 중수부장이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 당시 "예우를 다했다. 공손하게 잘 모셨다"고 말한 데 대해 "겸손이 뭔지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겸손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인규의 반박에 담긴 진실같은 사안에 대해 왜 이렇게 다른 판단이 나오며 또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피상과 본질의 차이라고 본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노 전 대통령 앞에서 겸손하게 행동했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온갖 짓을 다 했으면서도 공개석상에서는 차를 대접하고 선 채로 말을 듣는 등 사뭇 점잔을 부리는 중수부장이 문 이사장에게는 오히려 더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부인이 돈 받은 것을 노 전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고, 아들이 돈 받은 것을 아버지가 몰랐을 리 없다. 이것은 상식의 틀이다."수사 당시 검찰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듯이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씌우려고 한 혐의는 '포괄적 뇌물죄'라는 것이었다. 이 혐의는 무엇보다도 청탁의 대가를 실현해 줄 실력이 있는 당사자가 뇌물을 받아야 성립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사실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주변 사람이 뇌물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조차도 검찰은 입증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검찰은 기자들을 상대로 근거가 약한 정보를 흘리는 이른바 '흑색수사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기자 대부분은 화끈한 것을 참 좋아하는 '경박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 그때 기자들은 검찰의 의도대로 예외 없이 받아 써 버렸다.
노 전 대통령의 수사와 죽음에 관해서는 모든 것이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안타깝고 황당한 것이 피아제 명품 시계 논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