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양형위원장 "쥐 그림 벌금형 적당" 발언 사과

박지원 "양형위원장이 판결내용 적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재판 간섭하는 것"

등록 2011.06.16 19:24수정 2011.06.1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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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고무줄 양형 편차를 줄일 목적으로 양형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대법원 양형위원회 이기수 위원장(전 고려대총장)이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쥐 그림 유죄판결이 적당했다고 말했다가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고 고개를 숙였다.

법사위 소속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먼저 "지난 5월 13일 서울중앙지법이 쥐 그림 포스터 그린 대학강사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프랭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표현의 자유 실태를 보고 'MB정부 들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법원행정처장에게 "만약 G20 포스터에 쥐가 아닌 일반 낙서를 했다면 똑같은 죄를 적용 받았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이 "제가 여기서 뭐라 답변 드릴 사항이 아닌 것 같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박 의원은 화살을 이기수 양형위원장에게 돌려 "서울중앙지법이 쥐 그림 포스터를 그린 대학강사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것이 양형위원장으로서 적당한 선고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 위원장은 머뭇거렸고 박 의원이 채근하자, 이 위원장은 "예, 그 정도는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에 박 의원이 "쥐 그림이 아니고 낙서를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라고 묻자, 이 위원장은 "공용물 손괴에 해당한다면 같은…"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그럼 대한민국에 붙여 있는 공용포스터에 예를 들어 국민들이 지나가다가 뭐 하나 볼펜으로 잘못 그어도 앞으로 다 공용물 손괴로 200만 원 선고 받겠네요"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위원장이 "형법을 전공하지 않아 정확하게 모른다"고 한 발 물러서자, 박 의원은 "형법을 전공하지 않아 정확하게 모른다는 말씀을 국회에서 하면 안 된다"며 "쥐 그림과 낙서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공용물 손괴와 관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를 받으려면 얼마나 손괴해야 하는지 양형위원회에서 기준을 서면으로 제시해 달라. 양형위원장 말씀대로 라면 앞으로 공용포스터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겠죠"라며 "그럼 매일 벌금 200만 원씩 선고돼 세금에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특히 "양형위원장이 1심에서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에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것이 적당하다고 말한 것은 굉장히 위험한 말씀을 한 것"이라며 "어떻게 재판장이 판결한 내용을 양형위원장이 적합하다 아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그런 것은 양형위원장으로서 재판에 간섭을 하는 것"이라고 호되게 질타했다.

이에 이기수 양형위원장은 "잘못 됐습니다"라고 즉각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기수 위원장은 고려대 법과대학장을 거쳐 2008년부터 지난 2월까지 제17대 고려대 총장직을 수행했다. 또 한국상사법학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한일법학회 회장,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로스쿨 객원석좌 교수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편, 박 의원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에게 "쥐 그림 낙서를 했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쥐를 없애든지 해야지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고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것은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를 억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강사 박정수(41)씨는 예술창작 행위 차원에서 이명박 정권을 해학적으로 풍자하고자 지난해 서울 시내에 붙어있던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었고, 검찰은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하며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종헌 판사는 지난 5월13일 박씨의 혐의를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기수 #양형위원회 #박지원 #박영선 #박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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