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의 칠게와 건강망
김종길
갯벌 바닥에는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구멍 주위로는 콩알만 한 흙덩어리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습니다. 무언가 총총 움직입니다. 칠게였습니다. 우리나라 갯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놈이지요. 아이들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 엄마를 잠시 잊고 칠게의 움직임을 뚫어져라 봅니다.
갯벌에는 그물이 쳐져 있습니다. 서해안 갯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미리 그물을 설치해 놓은 후 밀물을 따라 들어온 물고기를 잡는 '건강망'입니다. 석방렴, 죽방렴과는 또 다른 물고기 잡이지요.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지나갑니다. 한 사람은 삽을 들고, 다른 사람은 양동이를 들고, 또 한 사람은 목장갑을 끼고 바다로 걸어갑니다. 그 모습이 하도 비장하여 물어보았습니다. "개불 잡으러 갑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들의 걸음걸이에서 여유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