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박병춘
호박꽃도 꽃이냐는 말은 있어도 밤꽃도 꽃이냐는 말은 없다. 꽃은 꽃이되 저 멀리 소외된 꽃이 밤꽃이다. 난생 처음 밤꽃을 가까이에서 보기로 했다. 후각은 처음에 예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둔해진다. 특유의 그 냄새 말고 다른 의미는 없는 걸까?
그렇다! 커다란 송충이처럼 수많은 잔털을 달고 기다랗게 피어나는 꽃이 밤꽃이다. 살구꽃 복사꽃이 살구가 되고 복숭아가 되는 것도 신기한데, 밤꽃이 밤이 되는 것은 몇 갑절 경이롭다. 모든 꽃과 열매는 인과관계가 모호하다. 꽃이 펴서 열매를 맺지만 꽃과 열매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꽃을 닮은 열매가 과연 존재할까?
밤꽃의 잔털이 밤송이 가시로 전이되는 걸까? 저 밤꽃과 밤송이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저 보드라운 꽃이 그토록 단단한 열매를 맺다니! 저 밤꽃이 우리가 먹는 과실로 결실을 맺는다는 건,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볼 때 억지이고 불일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