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항에서 51년 째 칼과 톱을 갈며 살아온 강갑중 노인
이승철
임 떠난 부두에 홀로 남아기다리다 지쳐 쓰러져넋이라도 한 포기 이름 없는 잡초가 되어따뜻하고 양지바른 이곳에서십 년이라도 백 년이라도 그리운 님돌아오시기를 기다리노라.- 강갑중 노인이 만든 노래 <기다림> 가사 1절
갈매기 끼룩거리고 뱃고동 소리가 부웅~, 가끔씩 드나드는 어선과 연안 여객선들이 미끄러지듯 오고 가는 한적한 포구, 초여름의 햇살이 따가워서인지 부둣가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 바로 '한국의 나폴리'라는 이름을 얻은 미항, 경남 통영항이다.
그 부둣가에 나이 들어 보이는 중년남자 한 사람이 한낮의 따가운 햇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다. 저 남자 어쩌면 오래전에 떠난 옛 사랑이라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부둣가 한 귀퉁이에 있는 공중화장실 옆에서 구성진 뽕짝 노랫가락이 쓱싹~ 쓱싹~ 칼 가는 소리에 섞여 갈매기 소리, 뱃고동 소리와 어우러진다.
"제가 맡긴 칼, 잘 갈아놓으셨는교?""하모, 자 여기, 잘 갈아놓았지요."길 건너 음식점 아주머니가 조금 전에 맡기고 간 칼을 찾아간다. 이날의 첫 번째 손님이라고 한다. 톱을 갈고 있는 작업대도 쭈글쭈글한 노인의 얼굴처럼 오랜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다.
"이 할배는, 이곳에서 수십 년째 칼도 갈고 톱도 씰며(갈며) 살아오신 기라." 구성진 노랫가락이며 칼 가는 솜씨가 남달라 보여 옆에서 지켜보노라니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노인을 소개한다. 자신은 부두 왼편 마을에서 목공소를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