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대학등록금 현황. OECD를 포함한 여러나라들에서 등록금이 면제이며, 등록금이 있는 나라들도 대부분 우리보다 훨씬 낮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이 전체의 80%이기 때문에 등록금 부담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김행수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덴마크, 체코, 폴란드 등에서는 아예 대학교 등록금이 전혀 없다. 이 나라들은 사립대학의 비율이 미미하여 사실상 의미가 없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는 등록금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1/4~1/10 정도의 미미한 수준의 등록금만 내고 있다. 쿠바, 베네주엘라 등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많은 나라들도 등록금이 없다.
미국이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 보면 우리보다 높아 보이지만 사립대학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80%이지만 미국은 30% 정도이다. 그러니까 미국 학생의 70%가 값싼 국공립대학(5943달러)에 다니는데, 우리나라는 대학생의 80%가 비싼 사립대(8519달러) 등록금을 내면서 다니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립대학 학생 중 장학금을 받는 비율은 28%인데 미국은 87%에 이른다. 실질적으로 우리 대학생들이 미국 학생들보다 더 학비 부담이 크다는 의미로, 사실상 세계 1위라고 볼 수 있다.
독일의 경우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독일은 원래 2006년 이전까지는 대학등록금 자체가 없었는데 2007년 우파정권이 집권한 일부 주에서 학기당 300~500유로(약 8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이 도입됐다. 그러나 현재는 다시 교육의 경제적 차별을 반대하는 국민의 선택으로 바이에른과 니더작센을 제외한 14개 주에서 대학 등록금을 폐지하거나 하기로 결정했다.
높은 등록금에 낮은 공공 지원, 학생부담률 세계 최고등록금이 없는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대학생들에게 이런 저런 경제적 지원까지 하고 있다. 덴마크나 독일, 스웨덴 등은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고,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주택자금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베네주엘라같은 나라들은 학생들이 생활비 부담 때문에 학업에 소홀할 수 있다면서 아예 월급을 지급하기도 한다.
교육비 중에서 등록금 즉, 학생이나 학부모 개인부담 비율은 세계 최고인데 공공지출의 부담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전체 국가 재정 지출 대비 고등교육 재정 지출 비중(국공립대학 포함)에서 OECD 국가 평균이 3.1%인데 우리나라는 2.2% 정도이다. GDP 대비로는 OECD 평균이 1.3%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0.6% 정도밖에 안 되어 이 역시 OECD 최하 수준이다.
한국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출이 낮은 것은 당연히 민간 부문의 부담 증대로 이어진다. 고등교육비 부담주체를 보면, 공공재원 부담률이 OECD 평균 72.6%, EU 평균 81.1%인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공공재원 부담률이 23.1%로 가장 낮은 반면 민간 부담률은 76.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는 사립학교 재단들의 책임 전가와 더불어 등록금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법정전입금도 미납학교가 절반, 해마다 학교비로 천억대 대납사립학교 법인의 최소한의 의무로 우리 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 법정전입금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사학법인이 부담하지 않고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지원 등 교비회계로 대납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