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1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개정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총회 총대 비상기도회에서 목회자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립금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2009년 기준으로 건축적립금은 3조2001억 원, 전체의 46%에 달하는 반면, 장학적립금은 8.6%, 연구기금 적립금은 6381억 원으로 9.2%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용도가 불분명한 '기타 적립금' 규모는 2조4155여억 원(34.8%)에 이른다.
건축적립금의 경우 규정취지를 보면 노후, 불량한 대학건물의 개보수에 사용하기 위한 것이나 하지만 상당수의 대학에서는 그 범위를 넘어 신규 건축물의 건축비용으로 사용하거나 부동산 구입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적립금의 규모가 1년 치 등록금액의 규모에 가깝게, 지나치게 많이 적립하는 대학도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2007년 12월 사립대학 적립금을 1/2 한도 내에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후 펀드, 채권, 주식 등에 투자한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막연히 막대한 손실을 본 곳이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고 정부에서는 손실금이 50% 이상인 경우에만 공개하도록 허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공개되는 재단적립금은 대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조성한 '등록금 회계'와 외부에서 기부 받은 '기금회계'가 함께 포함돼 있다. 이 중 등록금 회계가 적립금 중 얼마를 차지하는지 공개되지 않는다. 때문에 대학별로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얼마나 불렸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힘들다.
정리하면 부족한 국고보조와 적정한 사회적 규제 없는 대학의 독점적 자율권이 등록금을 비싸게 하는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국고지원만으로는 등록금이 합리적으로 조절되기 힘든 구조가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값등록금은 국고보조와 대학 운영의 합리적 기준마련과 사회적 규제방안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달성가능한 과제이다. 기존에도 등록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학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연구되어 왔다. 그중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제도를 살펴보자.
등록금 거품 빼고 대학 규제는 강화하고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국가지원 확대에 대한 논리는 탄탄하다. OECD 평균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은 고등교육의 긍정적 외부효과, 사회 양극화 해소와 기회균등 원칙의 확립, 시장실패 보완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체 대학생은 대학원생 30만 명을 제외하고 330만 명, 매년 실제 등록하는 대학생은 220만 명으로 추산되며 등록금액 총액은 2009년 결산 기준으로 14조 원인데, 2010년 인상률을 감안하면 2010년은 15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중 3조 안팎이 장학금이므로 실제 납부하는 총액은 12조 원 정도이며 반값등록금을 위해서는 6조 원쯤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OECD 수준으로 고등교육 지원액을 확충하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대학에 대한 합리적 규제방안 확립이다. 이는 대학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필수 조건이다. 공공성이 국가의 재정지원과 직접 운영이라는 협소한 의미에서 교육의 공적 역할을 달성하는 과제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기준충족과 그에 미달하는 기관에 대한 규제방안이 필수적이다.
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확실한 견인방법도 필요하다. 등록금 결정과정과 대학운영, 교육의 질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집행에 대한 구속력을 갖춘 법제정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등록금상한제의 개선,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사학재단 적립금 규모 및 운영 규정, 대학전입금 의무화 및 규제방안, 학교운영의 민주적 구조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세부적인 정책내용을 보다 세밀히 연구될 필요가 있지만 핵심은 국가지원을 확대하는 것과 지원을 받는 대학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정책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반값등록금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과거 사학법 개정을 극렬 반대했던 집단이다. 한나라당에서 반값등록금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개정된 사학법을 다시 개악하자는 법안을 내는 형편이다. 사학재단들이 철저히 이익집단화되어 있고 학교운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엄밀한 제도설계 없이 재정만 투여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대학개혁은 국가 재정 투입보다 훨씬 쉽지 않은 과제이다. 관계집단 간의 합의도출과 실제 집행과정의 어려움, 이익집단의 비토 등은 노무현정부시절 사학법 개정 시 똑똑히 보여준 바 있다. 그 당시 촛불집회까지 이끌며 결사반대를 했던 집단들이 현 집권여당이며, 그 뒤에는 든든한 사학재단 관계자들이 존재한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했던 상황에서 간신히 통과된 사학법은 아무도 지키지 않는 유명무실한 법안이 되었고 2007년 개정안 내용이 상당히 후퇴한 재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나마도 실제 현장에서는 집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값등록금 정책이 국가 재정투입의 과제를 넘어 실질적 대학개혁으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은 길임을 보여준다.
기대되는 점은 등록금 부담의 실주체인 학생들이 나섰다는 점이다. 유명 대학들이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10일이 넘게 이어지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학부모들과 앞으로 자녀를 대학에 보내야 하는 30, 40대의 지지도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앞다투어 지지를 보내며 반값등록금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운동이 대학개혁 운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앞선 사학법 개정과정에서 명확히 보여주듯이 대학개혁은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추진되지 않는 이상 달성되기 어려운 과제이다. 학생들과 학부모, 국민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대학개혁방안의 연구와 사회운동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은경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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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밑 빠진 독에 물붓기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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