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와 싸우다 순교자로 죽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이 연설은 리비아 국영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됐다.
AP=연합뉴스
제기되는 첫 번째 문제는 과연 국제사회가 독재자라 할지라도 한 국가의 원수를 직접 겨냥해 살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나토라는 국제기구의 정책 결정과 실행에 누가 합법성을 부여하는가의 질문과도 연결된다. 물론 나토가 지휘권을 이어받기 전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은 유엔의 결정 하에 이뤄졌다. 그러나 군사개입을 결정한 유엔 결의안에 다른 해석이 첨부되는 이런 상황에서는 애초에 유엔에 의해 부여된 합법성 또한 다른 해석을 거쳐야 한다.
나토는 일부 유럽 국가들과 캐나다, 미국 등 28개국의 군사연합기구다. 국제정치의 실권을 쥔 나라들의 연합기구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막강하고 나토의 결정은 국제정치를 대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회원국 내부의 일이 아닌 외부 일에 나토의 일방적 결의가 적용될 수 있느냐는 국제정치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또한 군사개입을 통한 문제해결에 반대하는 회원국 내부의 여론조차 반영하지 않고 나토에 파견된 대표들이 일방적으로 특정인 살해까지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대의정치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근본적인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두 번째는 카다피가 대통령이나 국왕 등 합법적인 국가 수장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리비아의 국가 원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를 강제로 제거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카다피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물론이지만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외부세력이 그를 살해하는 것에는 충분히 반대할 수 있다. 독재자 한 명의 처형이 민주주의를 보장하지도 않으며 그것이 외부세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뤄졌을 때에는 예기치 못한 후폭풍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주의로의 진전이 아닌 또 다른 독재자로 교체되는 결과만 낳아 오히려 사회 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의 생명을 해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토 회원국들은 사형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이 열렬히 지지를 보내는 국제형사재판소는 악랄한 전쟁 범죄자에게조차 법정에 서서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죄를 변명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 나라들이 당장의 문제해결을 위해 한 나라 국가 수장을 살해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모순이다.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함은 물론 독재자 카다피와 그 일가를 제거함으로써 리비아의 민주화 운동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국제사회는 야심차게 군사개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카다피는 건재하고, 그의 지지자들도 카다피 지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임시정부를 세운 반군 세력은 수도 트리폴리로의 진격을 멈추고 자기 영역 구축에 머물러 있다. 결국 리비아는 내전이 장기화되는 양상으로 굳어가고 있다.
카다피 제거와 민주주의 수립이라는 뚜렷한 결과를 낸 후 군사작전을 마무리하고 싶은 나토 회원국들과 나토군 지도부는 조급함과 동시에 이래도 저래도 풀리지 않는 리비아라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경제적 이권 때문에 쉽게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무력은 최선 아니야지난 목요일 아랍 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열린 리비아접촉그룹(Libya Contact Group) 모임에 참석한 리비아 반군 지도자 모아메드 알리 압달라는 카다피 군이 상당히 악화됐으며 카다피 정권이 이제 최후의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압달라는 반군은 급료와 식량 공급을 위해 앞으로 4개월 동안 약 30억불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참석한 국가들은 반군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이탈리아가 5억 8천만 달러, 프랑스가 4억 2천만 달러, 쿠웨이트가 1억 8천만 달러를 약속했고 미국이 추가로 280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반군의 임시정부를 인정하고 있는 이들 국가들은 카다피 몰락 후 정국 안정을 위해 반군을 지원하고 있지만 언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국제사회의 군사적, 정치적, 재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카다피를 제거하고 리비아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묘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군사개입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한 군사개입의 효과와 한계의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는 시민을 보호한다는 급박한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결정이라 할지라도 무력은 평화와 민주화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교훈을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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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카다피, 직접 겨냥해 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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