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교류회 당시 판매용으로 출품되었던 만년필이다. 한국어와 일본어로 써진 설명이 눈에 띈다.
펜후드 제공
인터넷은 국경을 넘나든다. 유학생 신분으로 일본에 건너간 한 회원은 일본에도 만년필 동호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양국의 동호회가 서로를 알게 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 동호회에서 일본으로 몇 차례 방문을 하고, 일본에서도 서울 방문을 하며 한일 합동 전시회를 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열린 2010 한일 만년필 교류회는 국적을 떠나 만년필이라는 주제로 여러 정보를 교환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와구나'의 회장 모리씨는 교류회가 끝난 후 "한국 만년필 동호인들의 수준은 아득히 높았다"는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펜쇼에는 한국의 동호인 200여 명과 일본 동호인 1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와구나의 동호인 수가 350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적은 수는 아니다. 특히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여파로 참가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취미를 공유한다는 즐거움을 막지 못했다.
서울 펜쇼의 운영위원장이자 만년필 연구소 '을지로 연구실'의 박종진(41) 소장은 "펜 하나로도 보편성을 가지고 민간 차원에서 교류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만년필을 즐기는 방식의 차이에 있어서는 "일본은 경기의 감소세를 반영하듯 새로운 만년필 수요가 줄어드는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중학생도 만년필을 즐길 만큼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보다 다양해진 행사 기대펜쇼에 참가하면 평소에 보기 힘든 20세기 초반의 빈티지 펜을 직접 만져보고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전시용으로 나온 펜 이외에 판매용으로 나온 다양한 펜을 접한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평소에 지니던 만년필에 이상이 있다면 무상으로 진단받을 수 있다. 이 행사를 위해 영국의 다이아민(Diamine) 잉크가 잉크 96종을 후원하고, 플래티넘, 오로라 등에서 각종 필기도구를 무상 협찬하는 등 작년에 비해 규모와 참가 범위도 확대됐다.
양국 현대사의 극적인 장면에는 항상 만년필이 있다. 태평양전쟁의 끝을 알리는 항복문서 조인식과 한국전쟁의 휴전협정 테이블에는 만년필이 놓여 있었다. 총칼을 주고받던 전쟁이 펜으로 끝난 셈이다. 살육의 역사에 조연으로 등장했던 만년필이 이제는 문화교류의 상징으로 그 역할을 바꿔나가고 있다.
(펜쇼 참가 문의, 펜후드
http://cafe.daum.net/montbl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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