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
조을영
양념통닭이란 게 아직 나오기 전, 오직 후라이드 통닭 한가지가 유일한 메뉴였던 70년대의 월급날 풍경이다. 시시때때로 먹는 통닭도 아니고 특별한 날에 사와서 먹는 음식, 배달이란 건 있지도 않았으니 '퇴근 길에 통닭 좀 사와요' 하는 아내의 부탁은 '오늘은 특별한 날인거 알죠?' 이런 뜻이나 같았다.
통째로 기름에 넣었다 뺀 다음 기름종이로 두어번 곱게 싼 통닭은 월말 월급날이면 그렇게 많은 가정으로 팔려나갔다. 닭 한마리가 접시 위에 올려진 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유치한 일러스트의 누런 종이 봉투에 담겨진 채로.
손으로 쭈욱 뜯어서 어른께는 다리 쪽을 드리고, 속이 통통한 부분은 어린 아이들이 먹기 좋게 넘겨주고, 닭껍질은 미끈거려 싫다는 아이에게 그 아까운 걸 왜 안먹냐고 엄마들은 호통친다. 지금같은 무 초절임은 있지도 않았기에 그냥 심플한 통닭 한마리면 끝이었다.
지금처럼 치킨이라고 불러선 어쩐지 느낌이 살지 않고, 그저 통닭이라 불러야 이미지가 확 당겨오는 그런 음식. 한달 간 뼈저리게 일한 가장은 어린 자녀들이 오물오물 맛있게 그 통닭을 먹는 모습을 보며, '농부는 제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제일 기쁘고, 아비는 제 자식 입에 밥 넘어가는 소리가 제일 기쁘다'는 말을 읊조리며 흐뭇해 하던 추억의 음식, 통닭.
대구 반월당에 꼭 그런 통닭집이 있다. '염매시장' 이라고 하는, 떡집이 많은 시장 입구에 세월에 찌들고 낡아서 너저분한 통닭 가게 하나가 70년대 후라이드 맛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떡골목으로 유명한 이 전통시장의 가게마다 화려하게 떡모형을 장식해 놓는 골목에생뚱맞게 끼어있는 작은 통닭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