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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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비핵개방 3000'도, '그랜드바겐'도 모두 실패했다. '기다리는 전략'도, '전략적 인내'도 아무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더 깊이 중국의 품속으로 들어갔고, 북한은 초조해 하지도 않는다. 김정일 위원장은 최근 중국 방문에서 건강을 과시했다.
MB는 2007년 8월 대선 후보 시절 김대중도서관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왔다. 김 전 대통령은 이명박 후보에게 "남북이 교류를 확대해야 하고, 돈벌이를 같이 해야 하고, 북한에 들어가 경제를 일으켜야 하고, 철의 실크로드로 진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 안보체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같은 생각이다" "남북통일이 세계 1, 2위로 가는 관건이다" "한국기업이 북으로 가야 한다"며 김 대통령의 말에 여러 차례 공감을 표시했다. 심지어 "같이 상고를 나와서 생각도 같다"고까지 말했다. MB는 동지상고를 나왔고, 김 대통령은 목포상고를 나왔다.
김 대통령은 그날의 대화가 참 잘됐다며 흐뭇해했다. 사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후 김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사업도 하신 분이고 실용적으로 생각한 분이기 때문에 남북관계만큼은 잘 풀어갈 것이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MB, '한국판 네오콘' 현인택 장관과 김태효 비서관을 물러나게 하라MB 취임 후 상황을 지켜보던 김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속절없이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취임 1년이 지난 2009년 1월 MB의 대북정책에 크게 실망한 김 대통령은 "10년 공든탑이 무너졌다" "내가 잘못봤다"며 자책하기까지 했다. 서거 1년 후인 2010년 8월 <김대중 자서전>이 발간됐다. 김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썼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이 없다." (<김대중 자서전 2권 582쪽) MB는 실용주의를 내걸고 정권을 잡았다. 한때 국민은 MB의 실용주의가 남북간 경제교류와 협력에 더 많은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MB는 "신앙에 기반한 현실주의"에 입각해 "자신이 희망하는 현실에 매달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했다."(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교수)
MB는 자신의 신념대로 북한을 요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겠지만, 북한은 더 많은 옵션(북핵 개발, 북중 외교 등)을 가지고 현실을 앞서갔다. 현실을 외면한 MB는 자신의 확신에 더 매달려야 했고, 실용주의는 여지없이 실종됐다. 낡은 신념과 구호에 매몰된 MB의 희망은 이렇게 길을 잃고 말았다.
MB의 대북정책이 왜 실패했는지는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이미 평화를 잃었고, 북방경제를 잃었고, 중소기업의 꿈을 잃었고, 이산가족의 소망을 잃었다."(임동원, 6.15공동선언 11주년 학술회의 기조연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