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앞에서 열린 한대련 주최 '반값등록금 실현 촛불집회'에 최근 영입한 김헌태 전략기획위원장(왼쪽), 문용식 유비쿼터스 위원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권우성
6일 오후 7시 50분 권우성 <오마이뉴스> 사진기자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손학규 참석"
9일째 서울 광화문에서 날마다 열린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집회에 제1야당 대표가 처음 참석했으니 뭔가 '센 발언'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였습니다. 뭘까 기대하고 있는데, 이번엔 권 기자로부터 MSN 메신저로 짧은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야유가 터졌어요. 다수가 '우' 한 건 아니고, 10명 내외의 대학생들이 민주당의 반값 등록금 정책이 한나라당과 뭐가 다르냐는 식의 반발을 했어요." 손 대표는 현장에서 무슨 말을 한 것일까요? 오늘(7일) 아침 조간신문에서 보신 대로예요. 그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올 초 민주당이 제안한 바가 있다"며 "당장은 돈이 없거나 부담이 큰 저소득층부터 시작하겠다"고 했습니다. '단계별 추진' 의사를 밝힌 거지요.
손 대표는 이날 참모진들과 함께 약 1시간 가량 촛불집회 현장에 머물다 떠났습니다. 느닷없는 대학생들의 야유에 손 대표는 어땠을까요? 당황하지 않았을까요? 이날 손 대표를 수행했던 고위 당직자들은 약간 황당했었다고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실제 이날 집회현장에서 대학생들의 야유를 듣고 떠난 손 대표는 밤사이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민주당 회의에서 전격 말을 바꿨거든요. 반값 등록금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이지요.
그는 "민주당은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이 바로 하반기 등록금부터 부분적으로라도 실현될 수 있도록 이미 발표한 반값 등록금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며 "6월 추경을 통해 하반기 등록금부터 일부 반영을 하고 내년 신학기 등록금부터는 전면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안은 민주당이 새로 구성한 '반값 등록금 및 고등교육개혁특위'에서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당초 민주당은 7월초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안을 서둘러 오늘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됐을까요?
민주당 일각에선 "설마 <조선일보> A4 1/3쪽 분량 기사 때문에?"라는 말이 나옵니다. <조선일보>가 1면에 "등록금 때문에 가족 등 1300만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기획기사로 내보냈습니다. 아니면 현장에서 느낀 대학생들의 야유가 생각보다 손 대표에게 크게 들렸나?
촛불집회 현장에 동행했던 홍영표 의원의 생각은 어떨까요? 직접 물어봤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예요. 대학생들은 당장 올 9월 2학기 등록금 고지서부터 반값으로 해달라는 건데 그게 가능합니까? 그래서 우리는 일단 6월 추경에서 5000억원을 편성해 우선 저소득층과 차상위 계층부터 하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ICL) 이자율을 3%로 조정하는 등을 통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자는 거예요. 이걸 대학생들은 단계별 추진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데... 어제와 오늘 우리 기조가 바뀐 건 오늘(7일) 오후 브리핑에서 얘기할게요." 홍 원내대변인은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용섭 대변인도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 발표한 브리핑을 보면 "민주당 반값 등록금 전면 재검토"입니다. 이 대변인은 "지난 1월 민주당이 발표한 반값 등록금은 진일보한 대책이기는 하지만, 2013년부터 소득 5분위 이하자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어,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학생 전반의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며 "실질적인 반값 등록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기발표한 반값 등록금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서 국민들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왜 갑자기 바뀐 걸까요? 이 대변인은 "6일 촛불집회에서 터져 나온 대학생들의 야유도 영향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어제 터져나온 야유가 민주당 정책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실제 이날 대학생들의 야유를 들은 손 대표는 고위 정책관계자들에게 "기존 민주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을 전면 궤도수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민주당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한나라당과의 변별력을 갖기 위해서는 좀 더 진일보 한 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현장에서 느낀 대학생들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셌다고 판단한 탓일까요? 아무튼 앞으로 나올 민주당의 새로운 반값등록금 대안에 주목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