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열무김치, 무말랭이, 참나물, 근대나물. 쌉싸래한 나물들은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감해주었습니다.
조종안
들녘 보리밭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주방장 아주머니가 들어와 밥상을 차렸다. 유연한 손놀림은 주방 경력을 말해주는 듯하였다. 나물은 금방 무쳤는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된장찌개를 끓이고, 제육볶음을 만들 때 나오는 양념 냄새로 짐작했지만, 아주머니는 옛날 어머니 손맛을 타고난 모양이었다.
그는 밥도 두 공기를 마주 놓았다. 혼자 먹으면 복이 도망간다나 어쩐다나··· 하면서 모자라면 더 드시라고 했다. 농이 섞인 지나가는 말이어서 피식 웃고 말았다. 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심성도 담겨 있음을 느꼈다. 고마웠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된장찌개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제육볶음, 시원한 열무김치, 구미를 당기는 각종 나물, 싱싱한 조기, 튀긴 누룽지 등 부잣집 잔칫상처럼 푸짐했다. 뒤이어 상추를 비롯한 싱싱한 채소들이 바구니에 수북하게 담겨 나왔다.
쌈밥 1인분에 7000원. 반찬은 물론 쌈 싸먹을 채소 종류도 미안할 정도로 많았다. 아주머니는 반찬도 채소도 열두 가지가 기본이라고 말했다. 대신 3~4종류는 매일 번갈아 나온다고. 하루 사용할 만큼만 장을 보기 때문에 계절과 날씨에 따라 몇 가지씩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