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폭탄 투하의 체험을 가진 히로시마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외치며 시위 및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후쿠다 미치코
- 초기에 많은 외국인이 도쿄를 탈출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일단 언론에서는 그러한 뉴스는 보도하지 않는다. 원래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지역 이외의 방사선량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고 있지 않다. 트위터에서는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서쪽으로 피난 가는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와 그 엄마들이 상당히 많이 도쿄를 떠나 피난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도쿄에 사는 초등학생 조카에게 물어보니 학교를 쉬고 가족과 함께 서일본으로 이동하고 있는 아동들도 있는 모양이다. 시민 사이에는 아이들이나 임산부는 가능한 한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야마구치현 가미노세키에서는 '아기들의 이사 프로젝트'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엄마 그룹도 있는 모양이다. 계약된 일을 파기당하면서까지 원전 반대를 외치는 연예인도 생겨나고 있다."
- 정부나 전력회사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당신은 정부와 전력회사의 대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사실 은폐, 이익 지상주의, 무사 안일주의를 꼽을 수 있다. 바닷물에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하면서도, 수돗물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어도, '즉시 인체에 영향은 없다'고 그들은 말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사고 수습을 위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식사나 휴식도 불충분하고, 피폭의 공포 속에서 일하고 있다.
행정과 기업에 대해서는 '현장에 대한 상상력의 결여'라는 말도 들려온다. 믿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도쿄전력은 작업원에게 절대로 필요한 선량계(방사선의 양을 측정하는 기계)를 갖게 하지도 않았다. '너희들, 정말로 시민이나 노동자의 생명, 건강, 평온한 생활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라고 따지고 싶어진다. 전에 후쿠시마현 지사였던 사토 에이사쿠씨는 반원전론자는 아니지만, 국가와 도쿄전력에 맞서 싸웠다. 중앙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지방을 속이고 짓밟는 방식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해왔는데, 이번에 그가 쓴 책을 구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정부와 전력회사 책임 크지만... 원자력발전 믿은 시민도 나태했다"- 매스컴의 보도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십시오."매스컴의 보도는 이재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면 지진 재해 후 당분간 쓰나미나 화재의 충격적인 영상만을 반복적으로 내보낼 뿐, 사람들이 이 재난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보, 어디서 음식이나 석유를 구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는 적었다.
특히 원전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거나 전력회사에게 불리한 사실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은 방송에서 거의 인터뷰하지 않는다. 전력회사나 원자력안전보안원의 기자회견이 인터넷에서 생중계되고 있어도, 방송에서는 곧바로 컷트해 버린다. 담당자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거나 답을 못하는 장면 등은 시청자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편집해 버린다.
나는 우에스키 다카시, 아와 프라넷 TV, 이와카미 야스미, 진보 테츠오, 하타케야마 미치요시, 에가와 쇼코, 다나카 료사쿠, 키노 류이치, 히스미 카즈오, 히로세 다카시 등의 저널리스트, 미디어 전문가 등의 발언을 참고하고 있다. 이들 저널리스트는 대체로 자유보도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일본의 보도 실태에 비판적이며 특히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에게 배타적이며 권력에 영합하는 '기자클럽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잡지로는 <주간금요일>이나 <데이즈 저팬>이 신뢰할 만하다. 웹매거진 <웹다이스>와 환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관한 정보지 <얼터너>도 좋다. 그밖에 원자력자료정보실, 도시바의 격납용기 설계사 출신인 고토 마사시, 전 원전기술자였던 기쿠치 요이치, 교토대학의 코디에 히로아키 교수 등의 발언과 글도 참고하고 있다."
- 현재 피난자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습니까? 피난처에서의 생활 환경은 대략 어떻습니까?"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가 충분하지 않고,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도 많다. 아직도 행방불명인 가족을 찾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일이고, 마음대로 슬퍼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에 놓여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추위에 의한 저체온증도 문제가 되었지만 앞으로는 날씨가 더워질 테니 위생상태도 나빠질까 걱정이다. 쓰나미가 덮친 지역은 지금도 악취가 심하다고 한다. 수도나 하수, 화장실 등도 복구가 되지 않은 곳도 많다. 집을 잃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설주택을 세우는 장소는 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대학시절의 친구가 공공기관의 지원이 닿지 못하는 곳, 작은 규모의 피난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를 만들어 참여하고 있는데, 그들의 생활문화도 지켜줄 수 있는 지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살고 있는 야마구치나 젊은 시절을 오래 보낸 나가사키, 후쿠오카의 친구들도 협력하고 있다. 나도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일본 이라크 의료지원 네트워크는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이번 피재지에서도 의료지원을 하고 있다.
원전 주변지역에서 피난해온 사람들에게는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도쿄전력의 사과도 없고, 언제 원전 사고가 끝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단히 불안해 하고 있다. 원전 주변의 낙농가나 농가에 대해서도 보도가 별로 나오고 있지 않은데, 가슴이 먹먹하다. 농가가 애써 재배한 야채는 팔 수도 먹을 수도 없고, 낙농가에서는 매일 소의 젖을 짜서 그대로 버리고 있다. 혹시 보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낙농가와 농가로서의 자부심과 지금까지의 삶은 상처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수십년 이상 예전의 장소에서 살 수도 없고, 농사를 지을 수도 없게 되면 그들은 대체 어떻게 될까?"
- 지금과 같은 일본의 원전 사고와 방사능 재앙의 사태에 대하여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우선은 원자력발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소수 기업에 의한 독점적인 전력 공급 시스템을 만들어온 국가(경제산업성), 이익을 위해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만들고 늘려온 전력회사에 큰 책임이 있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비록 지금까지 원전에 관련된 사실 정보가 교묘하게 조작되고 은폐되었다고는 해도, 원전 문제를 남의 일로 여겨온 우리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에 머무르긴 했어도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끝임없이 지적하는 시민이나 과학자가 있었는데 그들을 특수한 존재로만 취급하고 이들의 주장에 귀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원전은 안전하다고 하는 말을 믿는 편이 정신적으로 편하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하는 것을 멈추고 편한 쪽을 선택해 버린 것이다. 덧붙이자면, 원전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세워진다면 사람들은 아마도 열심히 공부하고 조사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자기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하는 기분이 우리를 나태하게 해온 것 같다.
우리는 정말로 원자폭탄 피해로부터 무엇을 배운 것일까 자문하고 있다. '핵무기는 안 되지만, 핵의 평화적 이용인 원자력발전은 어쩔 수 없다(혹은 필요하다)' '정부나 큰 기업이 추진하고 있으니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사회적 공기를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것은 아닐까.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하는 것은 정책과 경제 차원에서 여러가지 있겠지만, 나 자신은 원자력 발전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못하는 태도는 그만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