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수강 영수증매주 일요일 세 시간씩, 월 12시간 강의에 30만원
고기복
한국어능력시험만 통과하면 장기체류가 가능? 근거가 있는 말인가?기본적으로는 이런 말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TOPIK으로 F2 꿈을 이루라'고 선전하고 있는 업체들은 그 근거로, 출입국 관리법 '숙련생산기능 외국인력에 대한 거주(F2)자격으로 체류자격 변경 및 체류관리 업무처리 지침'을 들고 있다.
이 지침에 의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시행 한국어 능력시험 3급 이상 취득자'는 체류자격 변경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체류자격 변경 신청자는 그 외에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들이 더 있고, 그 조건들을 이주노동자들이 충족시킬 방법은 전혀 없다는 점에서 한국어능력시험만 통과하면 장기체류가 가능하다는 광고는 과장광고도 아닌, 사기 그 자체다.
일단은 신청자들이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고 5년 이상 제조업, 건설업, 농업, 어업분야에서 취업하되, 최근 동일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고용허가제 입국자들은 현재 최장 4년 10개월간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법상 절대 5년을 채울 수 없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사실이 있는 사람들은 신청자격이 안 되기 때문에 체류기한을 넘긴 미등록자들은 철저히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고용허가제 입국 이주노동자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체류자격 변경이 불가능하다.
가령 합법적인 체류 기한이 2개월이 모자란 부분을, 억지를 써서 양해를 얻는다 해도, 그 다음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 또한 거의 제로에 가깝다. 1년 이상 2천만 원 이상의 예금 잔고를 유지해야 하는데, 정기적인 송금을 하는 이주노동자들 입장에서 2천만 원 잔고를 1년 이상 유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임금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최근 2년간 받은 연평균 임금소득이 '근로자 연간 임금총액 이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2010년 기준으로 월평균 근로자 임금총액이 278만 1천원이다. 최저임금으로 근로계약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인 것을 감안하면, 월 695시간 15분을 일해야 가능한 급여다. 이것을 한 달 30일로 나누면 1일 23시간이 넘고, 일일 8시간을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469시간을 더해야 하는 시간이다. 결국 이주노동자들에겐 죽도록 일해도 체류자격 변경은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엄연한 사기인데, 관계 당국은 뭐하고 있나?관련 규정만 정확히 알면 과장 광고 정도가 아닌, 사기 그 자체라고 분명히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기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경찰이나, 허위·과장 광고를 비롯한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해 감시와 조사를 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고용노동부나, 출입국 관련 사기인 점에서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법무부 출입국마저 다들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러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 작년말 10년 이상 장기체류 동포들에 대한 사면합법화 발표가 나오기 이전부터였고, 한국어능력시험반이 시작된 지도 지난 3월초부터였다는 점에서, 관련 기관들이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뒷짐을 짐으로 인해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관계기관의 단속이나 안내가 없다보니, TOPIK 시험 하나만으로 체류자격 변경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고, 심지어 미등록자들마저 강의를 신청하고 있다고 한다.
출입국마저 수수방관?출입국 관리법이나 관련 지침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출입국 퇴직자들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퇴직 후에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익사업을 하는 기관과 업체들에 취직하거나, 스스로 사업장을 개설한다. 가장 흔한 방식이 행정사 사무소에 취직하거나, 스스로 사무소를 개설하여 돈벌이를 한다.
행정사는 행정업무의 원활한 운영과 국민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국민의 권리의무, 사실조사 및 행정업무와 관련된 국민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국가 전문 자격사이다. 그동안 퇴직 공무원들이 경력인정을 통해 시험을 면제받아 자격을 얻어왔으며, 일반인은 시험이 없어 행정사가 되는 길이 막혀있었는데, 내년부터 행정사 시험이 실시된다고 한다.
출입국 출신 행정사들은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MB정부 이후 출입국 행정 업무를 독식하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 왔다. 가장 쉬운 예가 손쉬운 체류자격 연장이나 변경을 하려고 해도 재외동포 스스로 신청하지 못하고, 반드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등록된 변호사나 행정사를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한 것이다.
출입국 출신 퇴직자들이 행정사 사무소를 운영하다 보니, 관할 출입국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눈감는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즉 출입국 퇴직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체류자격 변경 관련 사기를 벌이는 터무니없는 이런 구조는 출입국 출신 공무원들이 비록 고위 공직자는 아니더라도, 일종의 전관예우에 의한 비리 구조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련 문제 해법은?우선은 미등록자 사면합법화를 추진하면서, 체류기한과 혈연에 따른 차별을 함으로 인해, 그 과정에서 배제된 비동포 출신 미등록자들과 고용허가제 입국 이주노동자들의 장기체류에 대한바람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하면 된다. 비동포 장기체류자에 대해서는 동포들에 준하는 차별 없는 사면합법화 조치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고, 체류기한 만료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는 해당 지침들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하루 속히 관련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 법무부 출입국이 T/F팀을 구성해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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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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