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보물단지서 담근 조선간장 끓여야 제맛

된장-간장 뜨는 날, 달달한 간장 냄새에 취해

등록 2011.06.02 10:41수정 2011.06.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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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의 보물단지들, 밭에는 이보다 큰 항아리가 더 있다. 옛날 집에서 썼던..
옥상의 보물단지들, 밭에는 이보다 큰 항아리가 더 있다. 옛날 집에서 썼던..이장연

초여름 날씨로 뜨거운 한낮에는 밭에 나가 일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점심시간을 전후해서 집에 돌아와 오후 3시까지 쉬다가 다시 일을 나가곤 한다. 그 사이 나이든 어머니는 미뤄둔 집안일을 하시는데, 지난주 금요일 모내기를 하루 앞둔 날, 된장과 간장을 뜨셨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데...어머니는 간장과 된장을 떠내셨다.
점심을 먹고 잠시 쉬는데...어머니는 간장과 된장을 떠내셨다.이장연

 된장 건더기를 퍼낸 뒤 간장도 퍼내 걸러냈다.
된장 건더기를 퍼낸 뒤 간장도 퍼내 걸러냈다.이장연

모내기 할 논을 보고 온 뒤라 지쳐 방에서 잠시 눈을 붙였는데, 퇴약볕이 내리쬐는 옥상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인가 뛰어 올라갔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혼자서 보물단지에 담근 된장을 퍼내 다른 항아리에 나눠 놓고 간장을 채에 받혀 걸러내고 계셨다. 보탬은 안 되겠지만 도와드릴 게 없는지 묻고는, 이중 삼중으로 불순물과 건더기를 걸러낸 뒤, 휴대용 버너를 이용해 솥단지에 집간장을 펄펄 끓여냈다.

 간장은 채와 채반에 여러번 걸러냈다.
간장은 채와 채반에 여러번 걸러냈다.이장연

 항아리에 옮겨담은 집된장
항아리에 옮겨담은 집된장이장연

"예전에는 집간장을 끓이지 않고 그냥 먹어서 금세 상하고 역한 냄새가 났다"며 어머니는 커다란 고무대야를 이용해 바람을 막아 간장을 끓여냈는데, 재작년과 달리 하얀 거품이 일어 이를 걷어내야 했다.

그리고 간장이 끓으면서 달달한 냄새를 풍겼는데, 입에 침이 고일 정도였다. 간장이 끓는 동안에는 메주를 담궜더 항아리를 씻어냈다.

그렇게 한참을 끓여내 한참을 식혀 다시, 진짜 보물인 3-4년 묵은 간장 소금이 남아있는 보물단지에 달여낸 간장을 또 한 번 삼베 보자기로 걸러 담아냈다. 그렇게 꿀맛 같은 황금 같은 농사꾼의 휴식시간은 간장 된장에게 헌납했다.

고생한 만큼 장맛이 좋기를.


 건더기와 불순물을 걸러낸 간장은 펄펄 끓여냈다.
건더기와 불순물을 걸러낸 간장은 펄펄 끓여냈다.이장연

 이게 진짜 보물, 3-4년 묵은 간장 소금이다.
이게 진짜 보물, 3-4년 묵은 간장 소금이다.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발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간장 #집된장 #조선간장 #항아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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