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의 밤' 행사에 참여한 신자들대성당 앞 마당에 모여 성모상 앞에서의 예절을 마치고 성당 입장을 기다리는 신자들
지요하
천주교 신자인 제가 적을 두고 있는 대전교구 태안성당에서는 어제(5월 31일) 저녁 '성모의 밤' 행사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성당들이 5월 중에 '성모의 밤' 행사를 갖는데, 5월 마지막 날에 행사를 갖는 성당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태안성당도 올해는 5월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 날 밤에 행사를 가졌는데, 지난해는 29일(토) 저녁에 행사가 있었습니다. 같은 날 공주 공산성 안의 불교사찰 영은사에서는 4대종단(천주교‧불교‧원불교‧개신교)과 대전충남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4대강 공사 저지를 위한 '금강 지키기'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고심을 해야 했지요. 고심 끝에, 성당 '성모의 밤' 행사는 해마다 갖는 행사이고, 공주 공산성 영은사 '금강 지키기' 행사는 너무도 절박한 일이라서 결국 아내와 함께 공주행을 단행했지요.
우리 본당에는 또 한 분의 시인이 계신데요. 그 시인이 지난해 '성모의 밤' 헌시 낭송을 담당하게 돼서, 저는 좀 더 수월하게 공주 영은사 행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성모의 밤' 헌시 낭송이 제 담당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또 한 분의 시인과 제가 우리 본당 '성모의 밤' 헌시 낭송을 겨끔내기로 담당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성모의 밤' 헌시를 또 한 편 짓게 되었습니다.
조금 섭섭한 일도 있었습니다. 내게 '성모의 밤' 헌시를 부탁하신 본당 사목협의회의 간부 되는 분이 재미있는 말씀을 했습니다. 주임신부님의 강론이 너무 길어서 신자들이 '성모의 밤' 행사를 전체적으로 지루해할 수도 있으니 헌시를 짧게 지어달라는 부탁이었지요. A4 용지 2/1 정도로 지어달라는 분량 제시까지 하더군요.
편지 형식의 산문을 짓는 것도 아니고 운문을 짓는 것인데, A4 용지 2/1 정도라니 어이없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운문에 대한 무지의 일단이기도 할 것 같고, 헌시 낭송을 요식의 하나로만 간주하는 태도일 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