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만들어진 고려대 총학생회 산하 일제청산위원회의 기자회견 모습. 뒤로 인촌 김성수의 동상이 보인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친일파' 설립자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대학생들난 1989년 인촌 김성수의 동상에 쇠줄을 걸었던 학생들의 패기와 고대의 자부심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이번 '인촌길 명명사건'도 적어도 고대 학생사회에서는 빅이슈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인촌로 명명사건은 학생들의 관심 밖이었다. 관심 있는 학생들도 일부 있었지만 많은 학생들은 도로명 따위(?)에는 관심을 둘 만큼 한가하지 않았다. 물론, 관심 있는 학생들이 한가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다. 대학에는 학과 공부에, 아르바이트에, 취업 준비에 시달리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고대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고대 경영학과 학생 김예슬은 "대학은 사회와 거리를 두는 비판적 지성과 진보의 요람이 될 수 없다"라는 회의적인 결론을 내리고, 어렵게 잠 못 자가며 들어온 대학을 그만두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인촌길 명명사건을 보면서 다시 하게 되었다. 친일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친일파의 이름이 도로명으로 공공연하게 등장하는 모습과 자본에 포위된 대학이 비판적 지성인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다.
이러한 대학의 모습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현 정부는 특히나 그런 젊은이들이 고마울 것 같다. 대학생들이 등록금에, 생활비에 시달리느라 딴 생각할 겨를 없어서, 적어도 대학생들한테서는 역사를 바로잡자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무관심 속에 얼렁뚱땅 '인촌로'를 만들려고 하는 행정당국의 모습을 우리는 계속 지켜봐야한다. 그리고 역사를 기억 저편에 묻으려는 일당의 세력과도 싸워서 정확하게 기록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29일에는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있었다. 70여 명을 강제로 연행하면서, 과거는 묻고 대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2011년 대한민국 정부는 우리의 어떤 요구를 실현하고 있는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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