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몸돌을 그려보다, 눈물이 왈칵

보물 제27호 금산사 육각다층석탑을 만나다

등록 2011.05.29 11:19수정 2011.05.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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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다층석탑 보물 제27호인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점판암으로 조성한 아름다운 탑이다
육각다층석탑보물 제27호인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점판암으로 조성한 아름다운 탑이다하주성
▲ 육각다층석탑 보물 제27호인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점판암으로 조성한 아름다운 탑이다 ⓒ 하주성

 

김제 금산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의 본사이다. 금산사 경내에는 국보인 미륵전을 비롯하여 많은 문화재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중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바로 대적광전 앞에 자리한, 보물 제27호인 육각다층석탑이다. 이 다층석탑은 금산사 소속의 '봉천원(奉天院)'에 있던 것을 현재 자리로 옮겨 왔다고 한다.

 

이 탑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쉬움이다.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탑일까를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의 석탑이 대부분 화강암으로 조성을 한데 비해, 이 탑은 기단은 화강암으로 조성하고 몸돌과 지붕돌은 흑색의 '점판암'으로 만든 육각으로 조성한 다층석탑이다.

 

상륜부 원래의 상륜부는 사라지고 훗날 조성한 것이다
상륜부원래의 상륜부는 사라지고 훗날 조성한 것이다하주성
▲ 상륜부 원래의 상륜부는 사라지고 훗날 조성한 것이다 ⓒ 하주성

 

육각으로 조성한 탑, 놀라움으로 다가와

 

화강암이 아닌 점판암을 이용해 탑을 조성했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기단부는 또 다른 색을 지닌 돌을 이용해 흑백의 조화를 이끌어 냈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이롭기만 하다. 이 탑은 조선조 인조 1년인 1633년 금산사 재건 시에 이곳으로 옮겨왔으며, 원래의 층은 알지 못한다. 현재는 11층만이 남아있는데, 그 외형이 육각으로 되어있어 '육각다층석탑'이라 부르고 있다.

 

화강암으로 된 기단은 3단으로 되어 있는데, 각 단의 1변의 길이는 아래층부터 각각 80㎝, 70㎝, 65㎝이다. 기단의 각 면에는 용과 풀, 사자상 등이 새겨져 있다. 이 위에 점판암으로 된 2개의 판석이 있는데 아래의 판석에는 복연이, 위의 판석에는 앙연이 각 면에 5변씩 양각되어 있다.

 

몸돌 몸돌의 각면에는 우주가 새겨져 있고, 원 안에는 좌불이 선각되어 있다
몸돌몸돌의 각면에는 우주가 새겨져 있고, 원 안에는 좌불이 선각되어 있다하주성
▲ 몸돌 몸돌의 각면에는 우주가 새겨져 있고, 원 안에는 좌불이 선각되어 있다 ⓒ 하주성

옥개석 몸돌은 사라진 채 지붕돌만 남아있다. 추녀 끝에는 풍경을 달았던 흔적이 보인다
옥개석몸돌은 사라진 채 지붕돌만 남아있다. 추녀 끝에는 풍경을 달았던 흔적이 보인다하주성
▲ 옥개석 몸돌은 사라진 채 지붕돌만 남아있다. 추녀 끝에는 풍경을 달았던 흔적이 보인다 ⓒ 하주성

 

현재 11층이 남아있는 탑신부는 각 층마다 몸돌이 있었으나, 지금은 가장 위의 2개 층에만 남아 있다. 현재 10층과 11층이 남아있는 몸돌은, 각 귀퉁이마다 기둥모양인 우주를 새겨 넣었다. 몸돌의 각 면에는 원을 그린 후 그 안에 좌불상을 선각으로 새겨 놓았다. 그 모습이 아직도 완연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이 육각다층석탑의 조형이 얼마나 정성을 들인 것인지 알 수가 있다. 각 층의 지붕돌은 낙수면에서 아주 느린 경사를 보이다가, 아래의 각 귀퉁이에서 우아하게 들려있다.

 

상상만으로도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현재 남아있는 옥개석의 처마 끝에는 풍경을 달았던 구멍이 보인다. 각층의 끝마다 달린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소리를 낸 것을 상상하면, 가히 그 아름다움을 어디에도 비길 수가 없었을 것이다. 현재 꼭대기의 머리장식인 싱륜부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훗날 화강암으로 만든 연꽃봉우리 모양의 장식이 놓여 있다.

 

판석 기단부 위에 올려진 판석, 앙연과 복연이 양각되어 있다
판석기단부 위에 올려진 판석, 앙연과 복연이 양각되어 있다하주성
▲ 판석 기단부 위에 올려진 판석, 앙연과 복연이 양각되어 있다 ⓒ 하주성

 

점판암은 벼루를 만드는데 주로 쓰이는 돌이다. 이 점판암을 사용하여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남은 옥개석은 각 층의 줄어드는 체감비례가 아름다우며, 섬세한 조각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지붕돌인 옥개석은 1변의 길이가 1층부터 차례로 46㎝, 46㎝, 41.5㎝, 41㎝, 39㎝, 37㎝, 35㎝, 33㎝, 31㎝, 29㎝, 27㎝로 줄어들고 있으며, 현재 몸돌이 남아있는 10층과 11층은 각각 18cm와 17cm이다.  

 

이렇게 줄어들고 있는 비율로 볼 때, 현재의 9층과 10층 사이에 또 다른 층이 있고, 몇 개 층의 옥개석이 사라진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9층과 10층의 줄어듦의 차이가 급격하기 때문이다. 이 탑은 몸돌과 지붕돌에 새겨진 조각수법으로 보아, 고려 전기에 세워진 탑으로 짐작된다.

 

벌써 몇 번이고 돌아본 육각다층석탑이다. 5월 28일 찾아 본 다층석탑 앞에서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본다. 사라진 몸돌의 각 면에도 선각으로 조각을 한 좌불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층마다 다르게 새겨진 또 다른 형태의 무엇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기단부 화강암으로 조성한 기단부. 기단부는 모두 3단으로 꾸며졌다
기단부화강암으로 조성한 기단부. 기단부는 모두 3단으로 꾸며졌다하주성
▲ 기단부 화강암으로 조성한 기단부. 기단부는 모두 3단으로 꾸며졌다 ⓒ 하주성

기단부 기단부는 회색의 화강암으로 조성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흑백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기단부기단부는 회색의 화강암으로 조성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흑백의 조화를 이끌어냈다하주성
▲ 기단부 기단부는 회색의 화강암으로 조성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흑백의 조화를 이끌어냈다 ⓒ 하주성

 

찾아갈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그 원래의 모습이 어떤 형태였는지, 그리고 그 전체적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알 수가 없어, 늘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한 가지 고마운 것은, 이렇게나마 남아있다는 점이다. 오늘도 그 앞에서 걸음을 옮길 수가 없는 것은, 아직도 그 아름다움의 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육각다층석탑 #보물 제27호 #김제 금산사 #고려 #점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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