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100여명 머리카락 잘랐다"
일부 학생-학부모들, 교장실 찾아가 항의

[단독] 창원 ㅈ고교 교장 '경고 뒤 단속' ... 학생들 항의, 교육단체 '인권 침해'

등록 2011.05.28 11:58수정 2011.05.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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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창원 ㅈ고교에서 지난 18일 강제 두발단속이 벌어졌는데, 교사가 학생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경남 창원 ㅈ고교에서 지난 18일 강제 두발단속이 벌어졌는데, 교사가 학생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윤성효
경남 창원 ㅈ고교에서 지난 18일 강제 두발단속이 벌어졌는데, 교사가 학생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 윤성효

경남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교장의 지시로 수업시간에 학생 100여 명의 머리카락을 잘라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8일 벌어진 이 사건은 한 학부모가 <오마이뉴스>에 제보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창원 ㅈ고교 박아무개 부장교사는 이날 오후 수업시간에 1∼2학년 교실에 들어가 두발 단속을 벌였다. 학교 측은 이전부터 학생들에게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하라고 서너 차례 요구했고, 경고 끝에 이날 단속을 벌인 것이다.

 

한 학생은 "오후 수업을 하고 있을 때, 박 부장 선생님이 교실 앞문으로 들어오시더니 두발단속을 하겠다고 했다. 많은 친구들이 머리가 잘렸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이날 100여 명의 1∼2학년 학생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른 것이다.

 

머리카락을 강제로 잘리거나 이를 본 학생들이 교장실에 찾아가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학생들은 강제로 머리카락이 잘리자 인권침해라며 교장실에 찾아가 항의했다고 한다"면서 "당시 교장은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교장 "몇 차례 경고 뒤 단속 ... '고맙다'는 말도 들어"

 

이 학교 교장은 강제로 머리카락을 자른 사실을 인정했다. 김아무개 교장은 "부장과 논의해서 두발단속을 하라고 지시했다. 머리카락이 단정한 학생들은 그냥 두고 긴 학생들만 가위로 잘랐다"며 "학생인권 침해로 볼 수도 있지만, 머리카락이 잘린 학생의 부모 가운데 단정하게 할 수 있게 되어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두발 단속을 수업 시간에 한 것은 맞다"면서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는 제대로 할 수 없어 수업하던 교사의 양해를 구하고 했다"고 밝혔다. 가위로 머리카락이 잘린 학생의 숫자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모르나 1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은 반듯하게 키워야 한다.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해야 하는데, 부모들도 아무리 요구해도 잘 되지 않는다"면서 "단정하게 하라고 여러 차례 교육했고, 하지 않으면 단속하겠다고 경고하고 그날 가위로 자른 것이다. 한 해 한두 번 정도 생각하고 있으며, 2학기에도 한 차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부장 교사와 논의해서 그렇게 하도록 제가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항의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교장실에 찾아온 것은 맞다. 다시는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겠다고 한 게 아니고, 반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시민단체 "심각하다... 조사 벌여 인권위 제소 등 조치"

 

교육시민단체들은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인권 침해라 보고 있다. 경남지역 88개 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경남본부'는 창원 ㅈ고교 강제 두발단속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현옥 집행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들의 두발 규제를 하더라도 가위 등 도구를 이용해 강제로 자르는 행위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했다"면서 "더군다나 수업 시간에 들어가서 두발단속을 한 행위는 학습권 침해이며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에서도 그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진상조사를 벌이고 인권위원회 제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상남도의회 조형래 교육위원은 "수업시간에 그것도 가위를 들고 학생들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른 행위는 폭력"이라며 "학생 인권이 강조되는 시기에 그런 일이 벌어져 더 심각하다. 조사를 벌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생인권 #두발규제 #경상남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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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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