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쥐그림' 강사 박정수씨 부부가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가 열리는 시청광장 앞에서 '쥐그림'을 들었다.
박정수
'호쥐호쥐', 쥐를 쥐라 부르지 못하는 사회. 한 트위터리안(@gabang985)은 "쥐벽서 사태는 공포를 몰고 왔다"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방금 자기검열을 했다. 쥐벽서 사태는 코미디로 비춰졌지만 사실은 공포를 몰고 왔다. 쥐 얘기를 어떤 인물과 관련지어서 할 뻔 했는데 그 말은 지울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청계천에서 진짜 쥐 두 마리를 봤는데 그 말도 날조라고 취조당할 것 같은 기분이다." 검찰의 '징역 10개월' 구형, 1심 재판부의 '벌금 200만 원' 결정, 그리고 검찰의 항소까지. '쥐 그림'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공포'에 사로잡힐 만도 하건만, 지난 25일 만난 박정수·황진미 부부는 오히려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황씨는 "나름 이것도 인생에서 즐거운 한 때인걸,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현장범'으로 체포된 박정수씨가 구속영장청구 기각 후 72시간 만에 풀려나기 전까지 '인체의 신비'를 경험했다고 한다.
"일요일에 면회하고 화요일 날 밤에서야 이 사람이 나왔는데 그 사이에 속이 바짝 바짝 타서 애기 낳고 3년 넘도록 뱃살이 안 빠지던 게 쏵 빠지더라고요. 인체의 신비에요. 진짜로. 먹지도 못하고, 신경 쓰고. 다이어트 메커니즘을 알아냈다니까요."황씨는 "경찰 조사기록을 봤더니 경찰서에서 이렇게(두 팔로 몸을 감싸고 고개를 숙이며) 하고 찍은 사진이 있었다, 증거물 쫙 깔아놓고, (그거 보면서) '이 사람도 많이 쫄았겠구나' 이랬다"고 전했다. 황씨는 "구속영장 청구됐을 때가 가장 황당했다"며 "주위에 물어봤더니 '재범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G20 끝날 때까지는 못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하는데 눈앞이 캄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언론에서 '그라피티 작가'로 불리고 있는 박정수씨의 데뷔작이자, 현재로서는 마지막 작품이 '쥐벽서'라는 것도 이날 인터뷰의 웃음 포인트였다. '그럼 그날 그라피티를 처음 하신 거예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부부는 동시에 손을 바들바들 떨며 스프레이를 뿌리는 흉내를 냈다.
황씨는 "왜 처음 만난 연인이 한 번 관계 가졌는데 임신되잖아요"라며 "저도 영화 평론을 따로 공부한 게 아니라 <씨네21>에 <결혼은 미친짓이다> 평을 한 번 보냈는데 글이 실려서 영화평론가가 됐다"면서 '평행이론(?)'을 입증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속이 울렁거리고 쫄았는데 이제는 흥미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