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자정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음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미국 시민들이 백악관 앞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9·11 사건을 일으킨 수괴로 일컬어지고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이 지난 5월 1일(미국 동부 시간) 미군에 의해 사살되었다. 9·11이 일어난 지 10년 만이다. 미국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이 소식을 접한 다수의 미국 시민들은 뉴욕 맨해튼 거리로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는 그를 잡았다!"(We got him!)
미국 정계도 축제 분위기다. 미 상원은 5월 3일 성공적인 작전을 펼친 미군 및 정보기관에 찬사를 보내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결의안은 모처럼 민주, 공화 양당이 정파적 입장을 접은 가운데 표결 참석 의원 전원(97명)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통과됐다. 결의안은 "빈 라덴을 사살한 임무를 수행한 군 및 정보기관 관계자들에게 존경을 보낸다"고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축하했다. 오랜만에 미국이 살판났다.
그런데 5월 7일 미국의 대안 언론인 <커먼 드림즈>에 글 하나가 실렸다. 글머리에 굵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만약 이라크 특공대가 조지 부시의 집에 침투해 부시를 암살하고 그 시신을 대서양에 버렸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우리는 자문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축하 파티에 재를 뿌리는 글이다. 누가 이런 글을 썼다는 말인가.
그 글의 주인공이 바로 놈 촘스키(Noam Chomsky)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후 축제 분위기에 있는 미국 사회를 대해 일격을 가했다. 그는 이 짧은 글을 통해 미국 정부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은 계획된 살해이며, 이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촘스키다. 미국의 지성이자 양심으로 통하는 그가 결국 할 말을 한 것이다. 이런 말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안다. 보라, 우리의 주류언론을. 나는 위 사태가 발생하고 몇 주가 지난 현시점에서 주류언론이 미국의 행위가 명백히 국제법을 위반하였다고 지적한 기사를 보지 못했다.
미국의 오사마 빈 라덴의 살해는 두 가지 면에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었다. 첫째는 미국이 파키스탄의 동의 없이 그 영내에서 군사작전을 폈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법상 용납할 수 없는 영토주권의 침해이다. 둘째는 비무장의 상태에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사살하였다는 점이다. 그가 아무리 9·11테러의 주범의 용의자라 하더라도 이 같은 행위는 누구나 재판받지 않고서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국제인권법의 원칙을 어긴 것이다.
국내에서도 미국의 행위가 국제법에 위반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보는 시각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이러한 주장들이 주류언론에 의해 제대로 소개조차 안 되는 것은 어떤 연유인가. 우리의 주류언론은 왜 이런 진실을 말하지 않을까. 주류언론에 종사하는 언론인들은 대개가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이요, 외국물을 먹은 이들이다. 한 마디로 잘 나가는 이 땅의 선민들이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을까.
지식인의 책무를 생각한다나는 촘스키를 보면서 지식인의 책무를 생각한다. 도대체 지식인이라는 게 무엇이고 이 시대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지식인은 그게 운인지 자신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한 사회에서 특별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그들은 좋은 교육을 받았고 사회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