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에서 마이클은 유노스사 재판과 관련해 친구 아서와 논쟁을 벌인다. 아서는 '모든 진실을 조작됐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집에서 자살로 위장한 시체로 발견된다.
캐슬 락 엔터테인먼트, 섹션 에잇 Ltd.
삼성 일가의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우리 아이들이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정의"라는 생각을 하게 될까 두려워 이 책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그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비자금 사건의 할리우드판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은 거대자본의 주구 노릇을 하는 변호사 마이클(조지 클루니)을 통해 고엽제 문제를 제기합니다.
영화는 생화학 제조기업 유노스사가 개발한 새로운 제조체가 농작물의 성장을 가속화시키지만 486명의 생명을 앗아간 발암물질임이 밝혀집니다. "우리는 제초제로 농민을 죽이는 거대한 생물의 항문에서 나온 배설물로, 그들의 청소부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기고 친구 아서가 죽자 마이클은 유노스사에 맞서 싸우는 내부고발자가 됩니다. 영화에서 유노스사는 고엽제와 같은 죽음을 생산하던 기업에서 생명공학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몬산토를 가리킵니다.
영화의 소재는 미국의 월남전 참전병사들이 1978년부터 정부와 몬산토 등을 상대로 '고엽제 제조자 책임' 집단소송을 한 법정실화를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1984년 1억8천만 달러 보상에 합의하며 끝난 이 사건은 국내에서도 지난 2006년 월남전 참전 군인들이 월남전에서 살포된 고엽제의 유해물질인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돼 각종 질병과 후유증을 입었다며 몬산토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고엽제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고엽제를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에 매립한 사건은 주한미군 주둔 이래 가장 비인도적이고 반환경적인 범죄행위로 꼽힙니다. 당시 매립한 드럼통에는 노란색 띠와 함께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가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는데, 이것이 흔히 '에이전트 오렌지'로 불리는 고엽제입니다. 고엽제는 2,4,5-T와 2,4-D라는 제초제를 1124대1의 비율로 섞은 독극물로 이때 생성된 TCDD(트리클로로 디벤조파라 다이옥신)라는 물질이 암과 신경계 등에 치명적인 후유증을 야기하는 환경호르몬입니다. 고엽제는 요구르트 하나 분량인 85g으로도 1백만 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엽제가 인체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 중 중추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신경정신병적 현상이 있습니다. 환각과 몽상, 우울, 불안 등의 고통을 수반하다 끝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파국을 초래하는데 이같은 후유증은 특히 월남전 참전병사들에게서 많이 나타났습니다. 안정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하얀전쟁>에서 변진수(이경영)가 한기주(안성기)를 찾아가 권총으로 죽여 달라고 사정하거나 가두시위를 전쟁 상황으로 착각하는 장면 등은 고엽제가 인체에 미친 정신분열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을 만합니다.
영화에서 병사들은 송다반 죽음의 계곡으로 매복 작전을 나가기 전, 제목처럼 하얀 백색가루인 고엽제가 모기 등 벌레들을 쫓는다고 몸에 뿌리고 바르기까지 합니다. 영화는 죽음의 백색가루가 병사들의 핏빛 절규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어떻게 퇴역장병인 진수는 물론 기주도 황폐화시키는지 그 과정을 밀도 있게 천착하면서 전쟁이 초래한 존재의 균열과 영혼의 파멸 등 치유불능의 비극을 고발합니다.
성경 속 '야곱의 사다리'와 미국식 '야곱의 사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