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봐' 달려드는 상대방 피해다 다친 경우 무죄

서울동부지법, 폭행 혐의 무죄..."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

등록 2011.05.26 14:49수정 2011.05.26 14:49
0
원고료로 응원

상대방이 "때려봐" 하고 달려들어, 뒤로 물러서며 몸을 돌리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넘어져 다쳐 '폭행' 혐의로 기소된 50대에게 법원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A(58)씨는 지난해 6월 야구장 1루 출입구 앞에서 K(40,여)씨가 통닭을 양손에 들고 행상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밖으로 나가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K씨가 이를 거부하고 얼굴과 몸을 들이밀며 "때리려면 때려봐, 때려봐"라고 하면서 달려들었고, 이에 당황한 A씨는 뒤로 물러서며 돌아서려는 순간 K씨의 어깨와 한번 부딪쳤다.

 

이때 K씨가 양손에 들고 있던 통닭 박스를 놓치면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K씨는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해 A씨가 112에 신고했다. K씨는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요통과 소화불량 처방을 받았으나 아무런 외상은 없었다.

 

검찰은 A씨를 폭행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비록 외형상 폭행에 해당한고 하더라도 그 동기나 당시의 상황으로 봐서 불법한 공격적인 행위로 나아간 것이라 할 수 없고, 오히려 피고인이 불법 행상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완강히 거부하면서 때려보라고 하며 몸을 들이밀자 이를 뿌리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부딪힌 것으로서 본능적으로 한 소극적 방어행위나 저항에 지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2011노161)했으나, 서울동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여훈구 부장판사)는 최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잠실야구장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다른 사람들이 행상을 함으로써 잠실야구장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사람들끼리 자체적으로 이를 단속하고, 행상하는 사람에게 판매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는 행위를 했는데, 이는 매점 운영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로서 폭행, 협박 등을 통한 단속행위의 수준에 이르지 않는 이상 용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다툼도 행상을 하는 피해자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요청에 대항하며 피고인에게 몸을 내밀면서 '때려 봐라'라는 말을 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부딪히자 피해자가 중심을 잃고 넘어진 사실에 비춰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피해자가 제공한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은 몸을 내밀면서 항의하던 피해자를 제지하거나 피하는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어깨를 밀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신체적 접촉은 상호간의 어깨가 1회 부딪힌 것에 불과하고, 피고인이 119에 신고해 병원에 후송됐으나 상해를 입었다고 보이지는 않아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는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라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11.05.26 14:49ⓒ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폭행 #정당행위 #사회상규 #잠실야구장 #행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