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린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대학강사 박정수씨(왼쪽)가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부인인 영화평론가 황진미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 사건 당일 기억나나. 황진미(이하 황) : "새벽 2시쯤인가. 문자가 왔다. '나 잡혔어'. 아침에 나오나 보다 했다. 그러다가 다음 날 경찰서를 갔는데, 저는 그때도 (남편이) 정확히 뭘 했다는 건지 몰랐다. <너는 내운명> 영화에 나오는 이런 데 (접견실) 애기 데리고 들어가서 우린 또 막, '영화에서 보던 거랑 좀 다르네, 이중으로 돼 있네, 여기로 이렇게 올라갈 수가 없겠는데' 그런 장난을 쳤다.
(남편한테) '그래서 뭘 한 건데, 같이 잡힌 사람이 있다며?' 물었는데, 남편이 '쥐를 그렸어' 그러더라. '어디다가?'. '버스정류장 광고판에다가'. 저는 '그렇구나, 뭘 또 웃기는 짓을 했어' 그러고 말았다. 이 사람(남편)도 제가 걱정을 할까 봐 그랬는지 '곧 나갈 거야, 형사도 별거 아니래'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 형사는 일반사건으로 취급을 한 건데, 그 이후에 공안사건이 된 거다."
- 72시간 동안 유치장에 있는 심경이 어땠나. 박정수(이하 박) : "경찰서 들어가서는 정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아무래도 같이 잡혀온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가)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어른답게 의연하게 대처해야 했다. 그래도 굉장히 긴장했고, 매 순간, 매 순간, 경찰이 세 번 정도 반복되는 진술서를 쓰게 하는데, 온몸이 다 긴장하고 예민한 상태에서 말을 해야 하니까 48시간 지나고 난 다음에는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더라. 48시간 지나기 전에는 그래도 여유로웠다. 그 안에 나갈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딱 넘는 순간에 아득해지면서,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구속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황 : "바짝 얼어 있었지 뭐. 영장 기각된 후, 11월, 12월에도 계속 수사가 진행됐다. 사람들이 물어본다. '박정수씨는 어떠세요'. 그러면 제가 그런다. '아, 되게 센척하고 있지만 사실은 집에서 혼자 샤워하면서 남몰래 운다'고(일동 폭소). (남편 보며) 사실이잖아. 아, 근데 자기만 그런 게 아니야. 남들한테도 물어보면, 웬만한 검찰청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은 다 샤워하면서 운대. 그게 꼭 억울해서 우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게, '내가 살아온 게 잘못됐나' 위축되게 만든다는 거야. 그게 그 사람들 기술이야."
- 최아무개씨 역시 '공범'으로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는데. 황 : 최아무개씨도 검찰에서 12시간 동안 조사받았다. 이 분도 결혼한 사람인데 (검찰이) 하는 말이, '왜 박정수는 집에 있는 마누라 놔두고 너한테 잡혔단 소리를 제일 먼저 했느냐, 둘이 뭔 사이냐, 불륜이냐' 그따위 소리나 하고, '왜 집에 들어가지 않고 그 근처를 돌아다니고 있었느냐, 그게 가정 있는 정상적인 여자가 할 짓이냐' 이따위 질문을 하고.
그때 했던 '병맛'(말도 안 되는) 질문 중에 이런 것도 있었다. 조사해보니까, 범행 직전에 5명이 삼겹살집에서 5만6000원어치를 먹은 거다. 그런데 검사가 최아무개씨에게 '5명이 5만 얼마치 먹으려고 밤중에 모였냐'고. '밤중에 5만 몇 천 원어치 5명이 먹는데, 나 같으면 안 나간다, 너네는 야식을 핑계 대고 있지만 그 모임부터가 이거에 대한 공모를 목적으로 모인 거 아니냐'. 아니, 5명이 5만 얼마치 먹으면 안 되는 건가? 검찰청은 다들 얼마나 고기를 푸지게 드시기에.
검찰 처지에서는 이건 공범이 있어야 한다. 공판 검사가 목에 계속 핏대를 세우면서 하는 이야기가 이거다. '계획적, 조직적, 그것도 야간에'. 그 말을 왜 그렇게까지 많이 하는지 모르겠다. 애국가 후렴구도 아니고 말끝마다. 스타카토 넣어서."
- 주민 신고로 체포됐다고 들었다. 황 : "롯데백화점 앞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하는 인부였다고 그러더라. 경찰 조사에 보면 112 신고전화 진술 있다. 그거 보면 (신고한 이유가) '빨갱이 같아서'라는 거다. 대박!(웃음) 어찌나 구색을 맞추는지."
"한국의 뱅크시? 초짜가 사고 친 거다... 이 사건 자체가 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