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고두밥을 꺼내주는 무형문화재 부인
이정근
풍부한 산미(酸味)가 사라지고 감미(甘味)가 지배한 한국 막걸리시장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사는 태인에 통문을 띄우고 현장을 방문했다. 술밥을 찌던 그의 아내가 반갑게 맞이한다. 장인의 소재를 물으니 농사지으러 갔단다. 술도가에서 막걸리 익어가는 냄새에 파묻혀 있어야 할 사람이 왠 농사?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얼마 후, 장화를 신고 나타난 송명섭씨는 술 빚는 장인이 농사를 짓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예전, 수입쌀로 막걸리를 빚어보려고 수입업체로부터 쌀을 매입했지만 술이 되지 않더란다. 수입업자에게 반품을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6개월 만에 쌀을 반품해갔는데 국산 쌀가마는 쥐가 쓸었지만 그 쌀은 쥐가 쓸지 않았더란다. 쥐도 먹지 않는 쌀을 가지고 술을 빚겠다는 자신을 책망하며 그로부터 국산 쌀만을 사용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가 식용으로 쓰는 쌀과 막걸리 양조용 쌀은 다르다고 한다. 유기농 농법으로 생산해야 하며 소출도 적다고 한다. 생산성을 중시하는 이웃은 이 쌀을 제배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농사지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의 논 1800평에서 수확한 쌀로 막걸리를 빚으며 이 쌀이 떨어지면 막걸리도 끝이란다. 그래서 스스로를 '곰'이라 부르고 남들이 그렇게 불러도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거실로 안내되었다. "막걸리를 시음하고 싶다" 하니 "막걸리가 없다 한다" "술 빚는 술도가에 술이 없다면 말이 되느냐?"고 되물으니 "완성된 술은 다 출고 되었고 항아리에는 아직 익지 않은 술만 있다"며 "가게에서 사다가도 대접해드리겠다" 한다. 출하된 상품을 다시 사들여 내놓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