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문능가산래소사 현판이 보이는 일주문
김준식
사찰의 형식은 주변의 지세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호남은 평야지역이라 주로 평지사찰이 많다. 내소사도 평지에 있는 평지사찰이라 볼 수 있다. 산지사찰은 금당으로부터 일주문 앞 풍경을 시원하게 굽어볼 수 있도록 조성한 것에 비해 평지 사찰은 금당 뒤쪽으로 높은 산이 두어 전체 가람과 조화를 이루도록 조성돼 있다.
내소사 뒤에 있는 능가산은 암벽과 숲이 어우러져 그 모습이 매우 장엄한데, 내가 간 그날은 비가 잠시 멈춘 터라 한 폭의 신비한 진경산수화 같은 능가산을 배경으로 금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평지사찰은 모두 진입로가 아름답다.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 사이에 쭉 뻗은 전나무들이 길 옆에 협시보살처럼 서 있어, 방문객에게 사바세계의 뜨거운 빛을 막아주는 그늘과 청정한 숲의 향기로, 먼저 속세의 번뇌를 씻어주는 듯했다. 바닥은 알맞게 굵은 모래와 흙으로 다져진 땅이라 걷기에 참 좋은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