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복판 반월당
정만진
대구 시내의 중심지는 중구이다. 물론 중구라는 명칭을 쓰는 것은 서울을 본뜬 결과이다. 서울을 따라했으면 왜 종로구는 없나 싶지만, 1963년 1월 1일 구(區)제도가 실시되면서 중부출장소와 종로출장소가 통합되어 중구가 되었으니 종로구가 없다고 단정하여 말할 수도 없다. 당연히, 대구에서 가장 먼저 생긴 십자로도 중구에 있다(1909년). 경상감영공원 지나 중부경찰서 바로 앞에 있는, 지금 보면 골목 네거리 같은 교차로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왜인들의 장사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그런 시시콜콜한 유물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닐 수는 없다.
대구에는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이 있다. 그러므로 대구의 중심가는 두 지하철 노선이 교차하는 반월당을 기준으로 답사를 다니는 것이 효율적이다. 제일 먼저, 반월당 역에서 내린 다음 수성구 쪽으로 땅속을 걸어 마지막 출구까지 가보자. 지하상가의 면모도 한 번쯤은 볼 만한 구경거리 아닌가. 게다가, 정신없이 구경을 하다 보면 땅속길 끝에 있는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 닿게 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를 챙기게 된다. 학교가 볼 만해서 그리로 가는 것은 아니고, 그 학교의 옛건물 뒤, 실제로는 대도로에 붙어 있는 두 개의 기념비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