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중 충남 예산주물단지 반대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
심규상
21일 충남 당진 면천 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정환중 예산주물단지 반대투쟁위원장의 얼굴은 반쪽이 돼 있었다.
쑥 꺼진 눈, 바싹 마른 입술. 엷은 미소로 기자를 반겼지만 금세 심각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정 위원장님은 18일 저녁 충남도청앞에서 '조건부 승인' 결과를 전해 듣자마자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어요. 낙담이 크셔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저도 울먹였지만, 정 위원장님은 며칠 동안 잠 한숨 못 주무셨다고 하네요.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구요." 함께 있던 이권배 공동위원장이 침통한 목소리로 주민들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참동안 땅바닥만 응시하고 있던 정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작년에 농사일 제쳐놓고 전국 주물단지를 다 돌아다녔어요. 우리 주민들 눈으로 그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 똑똑히 보고 왔는데 잠이 올 수 있나요. 평생 농사만 지며 고향을 지켜왔는데 공해산업단지에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고 보니 어이도 없구요." 얘기 도중 그가 침을 삼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단과 5m 거리 사이에 두고 살라니...'눈 가리고 아웅' 식 심의" 주민들이 낙담한 이유에는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서운감도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일 년 내내 예산군은 사업자 편만 들었어요. 사업자 측이 찬성 주민만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했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했죠. 안 지사께서 시종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하고, 지난 번 간담회 때는 '무리하게 결론 내지 않겠다'고 하셔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적어도 환경오염 문제가 없도록 안전장치를 잘 해 주실 거라 믿었거든요. 그런데 약속하신 지 일주일 만에 허가를 내주고…. 위원회에서 사업자 측에 내건 조건이란 걸 들여다봤는데 죄 눈 가리고 아웅이에요."
충남도산업단지심의위원회가 조건부로 제시한 것은 환경저감시설 추가설치, 완충녹지 확장, 이해 관계자들 간 환경보전위원회 구성 등이다. 주물산업단지 입지 예정지에서 5m 도로를 사이에 놓고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심의위원들 보고 소음과 악취가 심한 공해산업단지를 코앞에 두고 살라면 살 수 있겠느냐"며 "심의의견 어디에도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본환 면천교회 목사(당진군 면천면)는 "면천초등학교 교정에는 11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는 등 면천은 오랜 역사의 고장"이라며 "특히 꽈리고추를 비롯 친환경농산물의 주된 생산지며 교육체험의 장인 태신목장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곳에 주물공장을 세우는 것은 역사의 현장에 손상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충남도지사는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위해서라도 심의위원회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