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는 이렇게 하는겨"

안성 흰돌리체험마을의 일사일촌 행사가 특별한 이유

등록 2011.05.22 13:37수정 2011.05.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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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은 경기도 안성의 흰돌리 마을 잔칫날이었다. 2주 전부터 마을이장과 체험마을 운영위원장은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마을 간판을 새로 달고, 마을 정자를 보수하고, 가마솥 아궁이를 새로 만들었다.

 

모내기 지금은 일사일촌 자매결연식을 끝낸 농협사람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모내기지금은 일사일촌 자매결연식을 끝낸 농협사람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송상호
▲ 모내기 지금은 일사일촌 자매결연식을 끝낸 농협사람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 송상호

"손님 오는디 돼지 한 마리는 잡아야쥬"

 

잔치 하루 전 날, 마을에서는 의논 끝에 결정했다.

 

"그래도 손님이 오는디 돼지 한 마리는 잡아야 되지 않것시유."

 

돼지도 그냥 돼지가 아닌 멧돼지를 잡았다. 시골인심 제대로 보여 주셨다.

 

하루 전엔 마을 청년회가 청소를 했다. 청년회라고 하니 20대인 줄 알겠지만, 평균이 60대 이상의 남성들이다. 다른 반찬을 위해 장도 보았다. 마을 부녀회장과 부녀회원들의 활약이다. 부녀회도 50대~80대까지 여성들이다.

 

아침 일찍부터 그들은 마을회관에 모였다. 어제 잡은 멧돼지를 부위별로 장만한다. 가마솥에 불을 때 고기를 푹 삶는다. 김치도 담고, 반찬거리도 만든다. 80명분의 식사를 만드니 오죽 바쁘랴.

 

벌써 한잔 성미 급한 마을 어르신들은 가마솥 아궁이 앞에서 벌써 술판을 벌이고 있다.
벌써 한잔성미 급한 마을 어르신들은 가마솥 아궁이 앞에서 벌써 술판을 벌이고 있다. 송상호
▲ 벌써 한잔 성미 급한 마을 어르신들은 가마솥 아궁이 앞에서 벌써 술판을 벌이고 있다. ⓒ 송상호

"역시 돼지는 허파가 제일인겨. 얼른 한 잔 혀."

 

성미 급한 어르신들은 벌써 술판을 벌였다. 마을 이장도 기분이 좋아 '니나노'가 절로 나온다. 마을 할머니도 막걸리 한 잔 걸치고 노래를 부른다.

 

5월의 시골은 연중 제일 바쁠 때다. 한창 모내기철이다. 하지만, 이날은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는 날은 모내기를 공치는 날이다. 농부로선 사실 행사 참석하기에는 좋은 날이다. 어차피 일 못할 거 마음 비우고 행사 참석하니 말이다.

 

"마을 소득에 도움이 되겠다"

 

시간이 됐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기획부 이보용 차장의 사회로 식이 진행된다. 이 마을 전인식 이장이 평소보다는 더 말쑥한 복장으로 인사말을 한다. 이장은 이날만큼은 조금 얼은 듯 말투가 정직하다.

 

금광면 부면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한 명씩 소개되면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드디어 일사일촌 패 교환시간이다. 전인식 이장과 우도환 부장(신용보증기획부)의 악수와 패가 교환되니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진다.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서 기념촬영이다.

 

일사일촌  흰돌리 마을 이장 전인식 씨와 농협 신용보증기획부 부장 우도환씨가 자매결연 기념패를 서로 주고 받았다.
일사일촌 흰돌리 마을 이장 전인식 씨와 농협 신용보증기획부 부장 우도환씨가 자매결연 기념패를 서로 주고 받았다. 송상호
▲ 일사일촌 흰돌리 마을 이장 전인식 씨와 농협 신용보증기획부 부장 우도환씨가 자매결연 기념패를 서로 주고 받았다. ⓒ 송상호

우도환 부장은 말한다.

 

"이번 행사가 1회성이 아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이 마을과 교류하겠다. 마을의 소득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자매결연식 끝나고 바로 모내기 현장으로

 

이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게 바로 드러났다. 마을 잔치상을 먹고 난 후 바로 모내기 봉사에 나선 사측 사람들. 그들은 발을 걷어 부치고  마을 논에 도착했다. 기계가 모내기를 할 수 없는 작은 논을 골랐다. 권장선 할머니의 논이다. 할머니와 마을 이장이 앞장선다.

 

모내기다. 생전 처음 해보는 아가씨 한 명은

 

"아이. 여기를 어떻게 들어가요. 나 죽어도 못 들어가요"

 

그렇게 뒤로 빼다가 한 번 들어가기 시작하니 잘도 들어간다.

 

모는 이렇게 내는 겨 이 마을 권장선 할머니가 농협 직원들에게 모를 쥐고 내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모는 이렇게 내는 겨이 마을 권장선 할머니가 농협 직원들에게 모를 쥐고 내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송상호
▲ 모는 이렇게 내는 겨 이 마을 권장선 할머니가 농협 직원들에게 모를 쥐고 내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 송상호

이렇게 시작된 모내기 봉사. 권장선 할머니의 숙달된 조교의 시범과 훈시가 뒤따른다.

 

"모내기는 말여. 이렇게 모를 손에 쥐고....... 할라면 제대로 해야제."

"어이. 어이."

 

제법 못줄을 넘길 때도 구성지다.

 

"이제 모두 허리 한 번 펴고."

 

그 구령에 허리 한 번 편다. 농협 사람들은 시종일관 농담하며 웃음이다. 시작한 지 많이 되지도 않은데, 벌써 새참이다. 고맙게도 사측 사람들 자신이 새참을 준비해왔다. 그렇게 모내기 한 판을 끝낼 무렵 사측 사람 누군가가 말을 꺼낸다.

 

"이 벼가 자라면 우리가 와서 추수할게요."

 

이장이 그 말을 받아 말한다.

 

"그람 그 벼를 추수해서 쌀을 빻아 당신네들 밥해 줄텐 게 그 때 오라고."

 

일하다 말고 찬성의 환호 소리가 들녘을 뒤흔든다. 이심전심이 따로 없다.

 

'일회성 행사' 아닌 다음이 기대되는 사람들

 

밤에는 낮에 잡은 멧돼지 바비큐 파티다. 마을 사람들이 준비했다. 마을 회관서 잠자리도 폈다. 1박2일 묵었다 간다. 이 모든 것이 어떡하든 체험 마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사측 사람들의 의지다. 행사의 일체비용을 사측에서 부담했다. 

 

단체사진 이날 식을 마치고 마을사람들고 농협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단체사진이날 식을 마치고 마을사람들고 농협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송상호
▲ 단체사진 이날 식을 마치고 마을사람들고 농협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송상호

그들의 이러한 행보를 지켜보던 마을의 한 어르신이 말한다.

 

"이 사람들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구먼 그랴."

 

흰돌리 녹색농촌체험마을 http://cafe.naver.com/hindolree

2011.05.22 13:37ⓒ 2011 OhmyNews
#안성 흰돌리마을 #녹색농촌체험마을 #흰돌리마을 #안성 #일사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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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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