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묻혀 살며 낯선 곳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작은 설렘을 갖게 한다. 서울에서 이 먼 촌구석까지 찾아오는 친구들의 마음, 그리고 친구들을 기다리는 마음은 양쪽 다 어떤 그리움과 신선함을 갖게 한다.
그 느낌은 자기 자식이 찾아 올 때도 만찬가지다. 지난주에는 큰 딸 경이가 홀로 기차를 타고 이곳까지 왔다. 아내와 나는 경이를 맞이하기 위해 집안을 청소하고 먹을거리도 준비 해 놓고 구례구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시골 역에 내린 경이를 맞이하는 우리부부나 부모를 맞아하는 딸아이의 마음이나 양쪽 다 어떤 경이로운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는 경이를 구례구역에서 보내는 느낌은 또 달랐다. 낯선 곳에서의 만남과 이별이란 그런 것이다. 하물며 몇 십 년 만에 평생에 한 번 만났다가 다시 헤어지는 남북 이산가족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단순히 관광을 가는 것과 현지에 있는 누군가를 방문하여 만난다는 느낌은 매우 다르다. 이는 내가 그동안 세계의 여러 나라 여행을 통해서 체험한 일이다. 여행은 결국 모든 것들과 만남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은 오래도록 그 여행지를 추억에 남게 한다.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서로 교차하는 여행의 느낌은 직접 체험을 해보는 자 만이 안다.
나는 친구들이 머물 거실과 방을 청소를 하고, 외식을 할 음식점도 예약을 했으며, 나름대로 친구들이 방문할 관광지도 계획을 짜보았다. 친구들이 서울에서 9시에 출발을 하면 아마 1시경에 구례에 도착할 것이다.
구례에 도착을 하면 섬진강다슬기 집에서 점심을 먹고 노고단으로 드라이브를 가서 걸을 수 있을 만큼 등산을 하고, 하산을 하여 제일가든 이란 섬진강 변 매운탕 집에서 민물 참게탕에 소주를 한잔 하며 회포를 풀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옛이야기를 하며 밤을 샐 것이다.
친구들은 촌닭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토금에 있는 반넷골닭집에다가 야생에서 키운 닭 세 마리를 주문해 놓았다. 다음날 아침에는 야생 닭죽을 끓여서 먹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계족산을 넘어 순천만으로 가서 갯 바다를 바라보며 순천만 갈대밭을 산책을 할 것이다. 말하자면 산과 바다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갈대밭 산책을 하고 나면 태백산맥 꼬막정식집에서 벌교 특산물인 꼬막정식을 먹고, 태백산맥문학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지리산의 문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을 맛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태백산맥문학관을 답사 한 뒤 낙안읍성으로 갈 것이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고려후기부터 조선 초기에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흙으로 쌓아올린 민속마을이다. 낙안읍성에서 왜구의 침입을 받은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고 다시 수평리 집으로 돌아와 삼겹살로 저녁을 먹은 뒤 서울로 올라 가는 <1박 2일> 프로그램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일정에 따라 변경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어제부터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가오기는커녕 처마에 이슬비 물이 떨어지고 있다. 하늘은 맑고 한줄기 운무가 계족산에 걸려온다. 나는 조로에 물을 가득 담아 물을 텃밭에 주었다. 더 싱싱한 야채를 친구들이 먹을 수 있도록…
상치와 쑥갓, 강남콩, 파들도 친구들이 뜯어먹기 좋을 만큼 적당히 자라나 있다. 친구들이 상치를 뜯고, 파를 뽑고, 강남콩도 직접 따는 체험을 하도록 할 것이다. 작은 텃밭이지만 흙을 밟고,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보내는 체험은 도심에 사는 그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 아니겠는가?
"차에서 내려 달려가고 싶네요."
"설레임에 잠을 설쳤구만요~~~"
친구들에게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답신을 해 온 내용들이다. 아마 그들도 오랜만에 시골집 방문이 잠을 설치게 할 설레였나 보다.
친구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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