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압둘 와해브(왼쪽)와 니빈느 무함마드.
김지혜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다. 세계적인 테러조직으로 알려진 알 카에다의 수장인 빈 라덴이 현지 시각으로 지난 5월 1일, 파키스탄에서 미군의 공격으로 숨진 것이다. 미국은 즉각 "민주주의와 정의의 승리"라고 자축하는 메시지를 전 세계로 내보냈고, 알 카에다 측은 "보복하겠다"고 답했다.
빈 라덴은 테러 조직의 수장이라는 상징성만을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다. 아랍 세계에서는 미국의 '지배'에 맞서는 심정적인 영웅이었고, 미국으로서는 자국의 '자존심'을 건드렸기에 반드시 잡아야 할 수배자였다.
빈 라덴의 죽음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한 듯 보였던 미국과 아랍 세계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아랍연맹 의장국이자 빈 라덴의 사망 이후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알 카에다의 2인자 알 자와히리의 나라인 이집트 국민들은 이번 빈 라덴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이집트 국영 신문 <알 아크바르>는 빈 라덴이 죽은 날을 "미국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부르며 이집트 현지의 반응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일부 사람들은 빈 라덴의 죽음에 대해 크게 기뻐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 라덴의 행적이 옳지 못했다는 데에 동의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는 빈 라덴이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일부 미국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빈 라덴의 죽음을 축하하는 행사를 하고 이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데에 대해(
관련 기사 : 스스로 키운 '괴물' 죽이고 환호하는 미국) 이 신문은 그것을 지켜보는 아랍 사람들과 무슬림을 자극할 수 있는 부적합한 행동이었다고 평했다.
대부분의 이슬람 지도자들은 빈 라덴이 미국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이유가 되었기 때문에 처벌받은 것이라는 데에 동의했다. 한 안보 관계자는 <알 아크바르>와 만나 빈 라덴의 죽음이 알 카에다를 더욱 거칠게 만들 것이며 잔인한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잠재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알 와프드 당은 빈 라덴의 시신 처리 방식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하나는 종교적인 이유이고 다른 하나는 증거를 불필요하게 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기자는 카이로 나스르시티의 한 가정을 방문해 빈 라덴과 알 카에다에 대한 의견을 직접 듣기로 했다. 인터뷰는 12일(현지 시각) 두 시간 가량 진행되었고, 참가자는 무함마드 압둘 와해브(53세, 퇴역장군)씨와 니빈느 무함마드(49세, 국립 아인샴스대학교 아랍어학과 교수)씨 부부, 그리고 피터 조지(가명)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