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넘게 "공정" 외친 이현동 국세청장, 왜?

16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서... "알선, 청탁 금지, 골프도 자제" 당부

등록 2011.05.16 17:53수정 2011.05.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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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현동 국세청장.

이현동 국세청장. ⓒ 유성호


16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청. 여느 때와 달리 분주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국세청 간부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비쳤다. 3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은 2층 본청 대강당에 자리를 잡았다. 전국세무관서장회의다. 전국 관서장 회의는 매년 연초에 열린다. 올해도 이미 지난 1월에 열렸다. 두 번째 회의가 열린 셈이다. 이례적이다.

왜 갑자기 전국의 국세청 간부들이 모여들었을까. 이날 회의는 한마디로 경제검찰로서 국세 공무원들의 자세를 다 잡기 위해서다. 이날 행사 인사말에 나선 이현동 청장의 언급을 들어보면 그렇다.

이 청장은 "최근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불공정 관행의 개선이 공론화되는 등 외부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면서 "공정을 향한 변화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소극적으로 적응하는 데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가 변화를 주도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번 넘게 '공정' 외친 이현동... "알선, 청탁 개입 금지, 골프도 자제"

10여 분 넘게 진행된 이 청장의 인사말에 '공정'이라는 단어는 10번이 넘게 언급됐다. 그는 "공정과세는 우리에게 새롭게 부여된 과제나 업무가 아니다"면서 "66년 개청 이래 우리의 본연 업무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어 최근 몇 년 사이 국세청장 등 고위급 인사들의 잇단 비리 사건 등을 의식한 듯, "외부로부터 오해 받을 수 있는 사례나 부적절한 관행은 없는지 스스로 성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세청) 내, 외부의 알선이나 청탁에 개입하거나 직무 관련자와의 골프모임 등으로 공정과세를 위한 우리 노력이 퇴색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지역 세정의 책임자인 관서장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이 청장의 언급은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국세청, 공정위, 검찰 등 권력층의 회전문 인사와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의식한 듯하다.

특히 각종 비리의혹으로 낙마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미국 도피 시절에도 국내 대기업 등으로부터 석연치 않은 고문료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 생활하기도 했다. 또 최근 수년 동안 국세청 고위간부 출신들이 퇴직 후 김엔장 등 국내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에 재취업하기도 했다.


뒤숭숭한 국세 공무원들, 자기절제 실천 결의문에 서명 '꾹'

이날 행사에 나선 서울 본청 간부뿐 아니라 지방 국세청장 등은 별도의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국세공무원 실천 결의문'에 직접 서명했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퇴직공무원을 위한 현직 공무원의 고문계약 알선 행위 역시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요 지방국세청장 등을 역임하고, 퇴임하는 국세청 간부를 위해 후배 직원들이 해당 간부의 고문 계약 등을 알선해주는 것이 관행처럼 유지됐었다.

국세청 한 간부는 "그동안 관례적으로 지방청장 등을 하고 국세청을 떠나는 선배들을 위해, 후배들이 고문계약 등을 미리 알아봐주기도 했었다"면서 "이같은 관행을 이번에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국세청공무원 행동강령'에 이같은 조항을 새로 만들고, 위반할 때 처벌 조항 등도 구체적으로 만들 방침이다.
#이현동 국세청장 #국세청 #공정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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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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