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 선물은 장미꽃, 향수 그리고 콘돔?

[주장] 성년의 날, 학생들에게 콘돔 나눠주는 건 어떨까

등록 2011.05.16 15:29수정 2011.05.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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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인 성년의 날, 부산 경성대에서는 아름다운 전통문화인 관례 및 계례식이 재현되곤 합니다. 전통 성년식에서 남학생들은 도포와 갓을 쓰고 여학생들은 댕기 머리와 예쁜 한복을 입고 예의를 갖춰 행사가 진행되죠. 이는 성년의 날에 장미꽃이나 향수, 커플링 등 선물을 주고받는 물질적인 면이 앞서는 추세 속에 진정한 성년의 날의 의미를 찾기 위한 취지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콘돔을 나눠주는 이벤트로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성년의 날은 자립한 인격체로 자유를 누리며 책임을 지는 존재가 됨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렇다면 사랑과 생명에 대해 생각하며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계기를 갖는 것이 아름답고 성숙한 사회의 한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외국에서는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때 교수님이 콘돔을 쌓아놓고 나눠주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콘돔을 나눠준다 하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겠죠.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소리냐" 라고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께 저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소화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공공건물 곳곳에 배치하고 있는데, 소화기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불 질러 보자.' 이런 생각 하시나요?"

콘돔은 원치 않는 임신과 치명적인 성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콘돔 사용을 장려하면 성생활의 빈도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콘돔 사용의 빈도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여러 번 나왔습니다. 물론 콘돔이 섹스하는 데 쓰이는 도구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섹스, 아니 성교육을 말하는 게 잘못인가요?

작년 2월 BBC 방송이 발행하는 과학기술 전문 월간지 <포커스>는 세계 35개국을 대상으로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정욕, 탐욕, 나태, 분노, 시기, 교만 등 7개 죄악을 많이 저지르는 국가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포르노 산업에 대한 국민 1인당 연간 지출액이 경제 수준 대비 가장 높아 '정욕' 부문 1위로 선정되었습니다. 그것도 2위인 일본보다 성인 음란물 소비에 두 배 이상 많은 돈을 쓰며 압도적인 세계 챔피언이 된 겁니다.

이외에도 점점 피해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잔악해져가는 성범죄, 성행하는 키스방과 접대 문화의 만연, 젊은 층의 성병 증가 등은 학교 성교육이 성에 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건전한 자아관 및 이성관 확립에 실패해오는 동안 왜곡된 성문화가 음성적으로 발달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교수님, 성년의 날 학생들에게 콘돔을 나눠주는 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수열 기자는 '낙태 예방을 위한 성교육' 운영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수열 기자는 '낙태 예방을 위한 성교육' 운영자입니다.
#성년의날 #콘돔 #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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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열 기자는 '포항 지진 - 그것이 알고 싶다' 블로그(http://blog.naver.com/bluebirdinme) 운영자로 평범한 삶을 꿈꾸는 포항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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