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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는 방안이 확정된 13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분산배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로 회의가 무산되자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남소연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태도가 수상하다. LH의 현실과 미래가 어두운 지경임에도 정부는 LH를 쉬쉬 감싸며 영·호남으로 나뉘어 팽팽한 유치전을 벌이도록 상황을 제공한 이유가 뭘까. 지역 정치권과 해당 지자체들로 하여금 이전투구에 더욱 몰입하도록 분위기를 계속 제공한 꼴이 계속 됐다. 결과는 어떠한가. 지역 간 갈등의 골만 깊게 파이지 않았던가. 특히 전북의 상처가 크다.
당장 전북지역이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줄곧 견지한 분산배치 원칙을 번복한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계획한 혁신도시 유치 무산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이 너무 크다는 주장이다. 전북도는 LH 등 13개 공공기관이 전주ㆍ완주혁신도시로 들어오면 연간 314억 원의 지방세가 확보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LH를 경남으로 일괄 이전하는 대신 전북으로 재배치하기로 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지방세는 6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LH가 빠진 전북혁신도시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LH본사 분산 이전을 위해 "도지사직을 걸겠다"며 삭발과 상경투쟁을 반복해 온 김완주 전북도지사 등 지역 정치권 인사들은 "경남에 일괄 이전한 것은 한 쪽에는 밥상을 차려주고 한 쪽에는 숭늉 한 그릇만 주는 격"이라며 "전북의 발전을 이끌 견인차이자 성장동력인 전북혁신도시의 희망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정부 방침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혁신도시 반납 등 강경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전북도와 도의회, 범도민비상대책위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도는 정부 방침에 반발해 혁신도시를 반납하고 정부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키로 했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가 원칙과 약속을 깨 갈등과 분열의 길을 자초했다"면서 "LH 없는 혁신도시는 사실상 무산된 거나 마찬가지인 만큼 혁신도시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지역도 반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LH본사 일괄 유치대신 정부가 당초 경남으로 이전키로 돼 있는 국민연금공단을 전주로 옮기기로 했다는 소식에 반대여론이 거세다. "LH 진주 일괄이전은 신공항 백지화로 성난 경남 민심 달래기"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일괄유치를 해놓고도 성이 차지 않은 분위기다. 양 지역 모두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의문 셋] 4대강에 떠밀린 혁신도시...공공기관 이전 내년까지 가능?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대목이 있다. 각 지자체들은 혁신도시에 큰 기대를 걸고 올인 하다시피 해 왔다. 그런데 과학벨트와 신공항에 이어 혁신도시를 놓고 정부가 오락가락한 데 대한 불만은 공통적으로 높다. 특히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이전이 기한 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과 비판이 전 지역에서 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장을 들여다보면 어두운 그림자뿐이다. 돌이켜 보면 2007년 4월 6일, 건설교통부는 제2회 혁신도시위원회를 열고 전북 전주·완주(280만평), 대구 신서(127만평), 울산 우정(85만평), 제주 서귀포(35만평), 부산 동삼·문현·센텀지구(24만평) 등 5개 혁신도시개발예정지구의 지정안을 의결했다.
건교부는 한 달 앞서 지정 완료된 경북, 강원, 광주·전남, 충북, 경남, 부산(대연지구)을 포함, 혁신도시 지구지정이 완료됨에 따라 즉각 보상에 착수하고 대구, 울산 등 절차가 빠른 지역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발표해 해당 지역언론은 연일 혁신도시 기사를 큼지막하게 다뤘다. 낙후탈피와 균형발전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컸던 것이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시·도별 혁신도시에 이전할 대상기관은 다음과 같다.
부산혁신도시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12개 기관, 대구혁신도시에 한국가스공사 등 12개 기관, 광주·전남혁신도시에 한국전력공사 등 18개 기관, 울산혁신도시에 근로복지공단 등 11개 기관, 강원혁신도시에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등 13개 기관, 충북혁신도시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12개 기관, 전북혁신도시에 한국토지공사 등 13개 기관, 경북혁신도시에 한국도로공사 등 13개 기관, 경남혁신도시에 대한주택공사 등 12개 기관, 제주혁신도시에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 9개 기관이 2012년 말까지 이전 대상으로 꼽혔다.
그런데 혁신도시에 대한 기대가 멀어지고 있다. MB정부 들어서면서 대형국책사업이 4대강에 집중되고 있고, 혁신도시 조성사업과 공공기관 이전은 지지부진하고 있기 때문.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4월 25일 보도한 '갈길 먼 혁신도시…공공기관 착공률 7%'란 기획기사는 터덕거리는 혁신도시 현실을 잘 파헤쳤다.
"혁신도시 이전대상 124개 중 9개 착공...몇 년째 터 닦기만" <한겨레>는 국토균형발전 계획과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지방의 거점지역에 조성하려는 혁신도시 건설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며 전국 10개 혁신도시 조성 상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도했다.
"내년까지 전국 10개 거점의 혁신도시 예정지로 이전 예정인 공공기관은 124곳(통폐합 후 115개)이다. 이 가운데 새청사를 착공한 기관은 25일 착공식을 한 우정사업정보센터(전남 나주)를 포함해 9곳(개별이전기관 포함 17곳)에 불과하다. 한국주택보증 등 부산으로 이전할 6개 기관이 부산합동청사 한 건물로 이전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착공한 이전 건물은 전국 10개 혁신도시를 통틀어 4채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사는 이어 "지난해 4월 정부는 2010년 말까지 혁신도시로 이전할 30개 공공기관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헛구호에 그쳤다"며 "다시 국토해양부는 올 연말까지 63곳(혁신도시 외 세종시 및 개별이전 대상기관 포함)의 공공기관이 새로 이전청사를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절반 가까운 기관들은 올해 착공계획조차 잡혀 있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더구나 "공공기관 이전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부동산 침체로 인한 기존청사 매각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는 기사는 LH의 심각한 자금난을 다시 짚었다. 과연 LH의 지방이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 대목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추진 의지를 의심하게 한 대목은 이 외에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의 이창용 상임대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는 말로는 중앙과 지방의 상생을 추구했지만 수도권 규제 완화를 본격 추진하는 등 사실상 지방과 중소기업은 소홀히 해왔다"며 "선거용 수사가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의미 있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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