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천사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향을 바치는 불자
이안수
여러 불교 경전가운데에서도 불교사상의 핵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반야바라밀다심경 (般若波羅蜜多心經). 그 반야심경 중에서도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 쉽사리 이 범인의 손에 잡힐 리가 없겠지요.
이명권 박사께서는 '예수, 석가를 만나다(코나투스 간)'에서 '색'은 산스크리트어의 루파(Rūpa)의 번역으로 '물질세계'이며 '공'은 '작용의 실상'이라고 논리적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색은 인간의 몸과 정신작용을 포함한 물질세계이고, 공은 물질세계의 제현상이 변함없이 고유한 실체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인과(因果)의 법칙에 따라 연기(緣起)적으로 발생하기에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공(空)하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약천사에서 담쟁이 넝쿨이 담을 감고 녹색 잎을 뻗어 초록으로 조화된 아름다운 담을 보았고 풍경이 바람에 흔들려 내는 고요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유명을 달리한 한 탤런트을 잊지 못해 그 위패를 돌보는 정애(情愛)를 목도하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가진 것을 아낌없이 퍼주는 포대화상의 미소와 만났습니다. 도량의 마당에 소원의 등을 단 수많은 불자들의 안온을 바라는 따뜻한 마음과 대면했습니다. 담쟁이가 담을 만나고, 풍경이 바람을 만나고, 한 처녀가 세상을 등진 탤런트를 여전히 가슴에 품고, 포대화상이 아이들의 매질까지 거두고, 불자들이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 그 모든 것들이 색이었습니다. 그 결과인 조화의 아름다움과 소리와 정애와 미소와 따뜻함이 모두 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