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속에 스트레스있다

등록 2011.05.07 14:57수정 2011.05.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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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 근무하는 정모(32)씨는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생활이 크게 달라졌다. 정씨의 변화는 스마트폰이 가져다줄 것 같았던 편리한 세상이 아니다. 컴퓨터와 다름없는 스마트폰이 생기자 예전에 없었던 잡무가 생기기도 했다. 업무는 퇴근 후에도 이따금씩 계속됐다. 스마트폰과 업무가 연계되다보니 '기계치'였던 정씨는 스마트폰 적응에 안간힘을 썼다. 컴퓨터도 잘 다루지 못하는 그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직장인 권모(41)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권씨가 일반폰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주위에서 노인 취급을 하는 것. 술자리에서 'QR코드'가 무엇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자 동료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그때 TV에서 스마트폰 광고가 나오자 권씨의 휴대전화는 한껏 잔소리를 들었다. 권씨는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보다는 대세가 된 문화에서 제외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스마트폰을 구입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어느덧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폰이 국내에 도입된지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스마트 열풍' 이후에 사용자와 비사용자 모두에게서 각종 스트레스와 같은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 흐름에 감춰졌던 문제점들이 이제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이미 스마트폰 위주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효율성을 부각하는 광고가 넘쳐흐르고 SNS에서 주목 받았던 사건이 이슈가 되며, 대중을 끊임없이 스마트 사회로 인도하고 있다. 사회는 스마트폰에 빠르게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용자들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직장인 정씨(32)는 "퇴근길에도 검토할 자료들이 이메일로 올 때가 있다"며 "이제는 잠깐의 해방감도 느낄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일상화 된 이후에는 퇴근 후나 휴일도 업무의 연장인 것처럼 느껴져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사회가 빼앗은 해방감

 

스마트폰이 주는 스트레스는 업무적인 측면 이외에도 존재한다. 직장인 이모(40)씨는 "최근 스마트폰 정보 유출 문제로 마음 한켠이 찜찜하다"며 "인터넷에서 주민번호가 종종 유출되는 것도 마음이 불편한데 스마트폰으로 위치까지 파악된다고 하니 굉장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김봉섭 박사는 "예전에는 내가 환경에 들어가면서 거기에 소속됐다. 환경이 나를 규정해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중심으로 환경이 구축된다. 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어디서든지 외부환경과 바로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항시적 연결성'은 이용자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사회학과 신원철 교수는 "스마트폰의 용도나 기능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는 심화됐다. 이러한 기기에 대한 의존은 자칫 집착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이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정보 격차' 문제도 무시 못해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편리함은 해방감의 실종을 낳았다. 이러한 부작용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해당하는 것이지만 비사용자에게는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와 비사용자 간의 '정보 격차'가 바로 그것이다. 이 문제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70%가 2, 30대로 집중되다보니 세대별 격차로도 이어진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정보의 순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젊은이들에 비해 중·장년층과 노인층은 정보의 접근과 활용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정보 격차는 정치·경제·사회적 격차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정부의 인터넷 보급 정책과 유사한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스마트폰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을수록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들은 마음이 급해진다. 대세라고 불리는 스마트폰 대열에 끼지 못한다는 압박 때문이다. 직장인 권모(41)씨는 최근 스마트폰 구입을 결심했다. 권씨는 "이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그 자체로 뒤처지게 될 것 같다"며 "동료들도 제법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데 가끔 소외감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대 사회학과 김문겸 교수는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처해지거나 새로운 매체가 나타나면 그것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다만 그것이 이익이 된다면 스스로 감내하고 적응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일상적인 삶의 양식이다"고 말하며 "앞으로 스마트폰의 경우 그 문화가 더 넓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인 스스로 선택을 내려 이를 받아들이거나 스트레스가 더 크다면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업계는 올해 말 스마트폰 가입자 2천만 명을 예측하고 있다. 스마트폰 1천만 명 시대에도 스마트폰이 가져온 문제점이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있다. 앞으로 사용자 수가 두 배로 늘어나면 정보격차와 비사용자의 소외감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사용자들이 겪는 스트레스도 빨리 극복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www.moonilyo.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5.07 14:57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www.moonilyo.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정보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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