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인가

저소득층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저소득층이 없어

등록 2011.05.07 13:59수정 2011.05.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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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S중학교 2학년 김유진(가명.15)양은 신학기를 시작하며 학교에서 운영 중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김유진 양은 주 2회 2시간씩 대학생 멘토와 학교에서 공부하게 됐다.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대학생 언니와 과외하나를 더 하게 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대학생 멘토를 만난 첫날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멘토는 간단한 수학공식조차 몰랐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영어만 수업하기로 합의했다. 옆 반의 친구는 똑똑한 멘토를 만났다며 기뻐했다. 김유진 양은 그 친구가 부러웠다.

 

멘토 선발의 문제

 

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지역 대학이 손잡고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언론사까지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언론사가 주최 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홍보할 정도다. 하지만 규모가 확대되고 참여 인원이 증가하는 만큼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1년 부산대학교의 멘토링 프로그램 지원 경쟁률은 3 대 1에 달했다. 학교는 기초단체들과 각각 협약을 맺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따라서 어느 자치단체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보수가 달라진다. 부산대학교가 부산시 기장군과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대학생 멘토들에게 월 60만원의 수업료를 지급한다. 보수가 높다보니 학생들의 지원율도 가장 높다.

 

 대학은 많은 지원자들 중 멘토를 선발하기 위해 2차에 걸친 시험전형을 실시한다. 1차는 서류전형이고 2차는 필기시험이다. 시험성적의 순위에 따라 멘토 합격여부가 결정되고 기초단체별로 운영 중인 프로그램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대학에서 멘토를 선발하는 방식이 멘토들의 자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데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대학생 김수현(가명.27)군은 "서류 합격자를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할 때 교육학 관련 책자를 받았고 이틀 뒤 바로 필기시험을 쳤다"며 "현장에서 수학과 영어를 가르쳐야 하는데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을 걸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가 흔들려

 

 더 큰 문제는 멘토링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대 본부 학생과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가장 큰 목적은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저소득층 가정 자녀의 참여는 그리 높지 않다. 김유진 양과 함께 수업을 듣는 김수지(가명.15)양은 "멘토링 프로그램은 정규수업이 다 끝난 늦은 오후에 시작되는데 학교에서 저녁급식을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밥을 따로 사 먹어야 한다" 며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은 보통 지역 공부방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프로그램 참가자의 대다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학습과외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고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원시간을 조정한 사례도 있었다.

 

S중학교의 멘토링 담당교사 정아무개씨는 "프로그램이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현실에서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로만 한정시키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가신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비자발적인 저소득층 자녀를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 진정으로 저소득층 자녀의 학습권을 보장해주려는 목적이라면 멘토링 프로그램보다 지역의 공부방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늦은 시간까지 전문 복지사가 아이들을 맡아 식사까지 제공하는 공부방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국에 360개에 달하던 지역 공부방은 예산 삭감으로 그 수가  줄어들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멘토와 학생 모두를 관리 감독할 제도 마련이 시급

 

수업을 진행하는 멘토들에게도 불만은 있다. 멘토 김정민(가명.24)양은 "수업을 진행할 때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며 "남학생들은 여자로써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교 현장에 멘토링 담당 교사가 존재하지만 자리를 비우기 일쑤이고, 수업방식과 진행 그리고 학생 관리까지 모두 멘토에게 떠넘기다보니 중간에 수업을 포기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을 배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김정민양은 "과외의 경우 학부모와 직접적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학생관리가 수월하지만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본연의 취지를 잘 살리려면 많은 보완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멘토들은 보완책으로 멘토의 선발방식 개선을 가장 많이 주문했다. 더불어 멘토들의 활동을 감독하는 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더해지지 않으면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더 많은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blog.naver.com/flytosk2

2011.05.07 13:59ⓒ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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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 프로그램 #지역 공부방 #저소득층 #대학생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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