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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초국적기업이 세계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첨단 생명공학을 앞세운 유전자조작 종자의 개발과 보급 확산, 발빠른 법률시스템의 활용도 있었지만, 국경을 넘나들며 무서운 기세로 다른 종자회사들을 집어삼키는 인수합병 전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글로벌 종자회사들은 이와 같은 무차별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인수한 기업의 유전자원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고, 동시에 그 나라의 종자시장도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10년 가까이 소요되는 종자 연구·개발과정을 생략해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며, 독과점을 통해 기존 상품의 수명을 극대화하고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지위까지 얻게 됐다.
다국적기업의 먹이가 된 국내 종자회사들 김치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은 무, 배추, 고추 등에서 상당한 육종기술을 갖추고 1990년대 중후반부터 사업을 확장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은 얼마가지 않아 국가적 차원의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금세 사그라지고 만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당시 매출액 1~3위의 국내 종자기업들은 세미니스, 노바티스와 같은 글로벌기업들에 팔려나갔다. IMF는 이들 글로벌 종자기업의 한국 진출로 종자의 품질향상은 물론 선진 경영기법이 도입되어 종자산업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한국 정부로 하여금 이 같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