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진주성 풍경
김준영
진주성의 묘미는 남강을 바라보며 성곽 길을 걷는 것이다. 그 길을 걷다보면 촉석루가 보이며 의기논개의 흔적이 담겨 있는 의암과 드넓은 남강의 물줄기를 하염없이 보며 걸을 수 있다.
촉석루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라는 촉석루, 촉석루에 서니 진주성을 휘감고 있는 남강과 진주시가 한눈에 보인다. '이런 누각에 앉아 강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셨겠지?'라는 생각을 문득하며 입가에 잔잔히 미소가 지어진다. 그 미소는, 의미는 나도 그렇게 친구들과 하염없이 놀고 싶다는 소망인 듯하다. 방문화가 익숙해진 시대에 살아온 나로서는 점점 친구들과 만날 때 자연이 아닌 은밀하고 폐쇄적인 방에서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방문화가 우리 시대 젊은이들을 점점 개인화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탁 트인 강을 바라보며 서로 즐길 수 있었던 옛 조상들이 부러워 지는 순간이다.
촉석루 밑의 계단을 따라 의암으로 간다. 의기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순결한 장소이지만 역사적인 의미보다 의암에서 보이는 남강의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리고 의암이 생각보다 높은 곳이 아니라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남강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과 여인, 그리고 승리에 도취해 자기도 모르게 의암 위에서 흥을 냈을 왜장을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역사적인 의미에서가 아닌 남자라는 본질에서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입가의 미소가 지워지지 않게 한다.
진주성을 뒤로하고 진주 중앙시장 인근에 위치한 천황식당에서 육회비빔밥으로 주린 배를
채운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와의 첫 여행, '왜 우리가 도심의 번화가에서만 만났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고, 종종 이런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약속까지 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차를 타고 떠난 진주여행은 나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준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렇게 추억을 만드는 여행을 하며 그 기록을 간직하고 싶다.
내 삶이 끝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