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신임 강원도지사는 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색깔론의 효과가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강원도에서 안 통하면 다른 곳은 더욱 더 안 먹힌다, 그런 시대는 끝났다는 걸 강원도민이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남소연
MBC 평기자 → 노조위원장 → 전국 언론노조위원장 → 부장대우 → 사장 → 비례대표국회의원 → 도지사.최문순 신임 강원도지사가 언론노조 위원장을 마치고 차장직급으로 MBC에 복귀할 때, 그가 사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MBC 사장을 마친 지 두 달 만에 '폴리널리스트'라는 말까지 들으면서 국회의원이 됐을 때, 그가 고향의 도지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 '다이내믹'하고 '버라이어티'한 삶을 산다는 말이 따라붙은 이유다.
3일 춘천의 강원도청 지사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당선되고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2시에 취임식을 했고, 그 뒤 계속 업무 파악에 매달렸다. 그러나 그는 "피곤하긴 하지만 50년 동안 '한나라당 정권'이었던 지역을 지난번 이광재 전 지사가 뒤집었고, 이번 당선으로 다시 확인도장 찍은 것에 대해 도민에게 감사한다"며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화천도 10표 차로 이겼고,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도 그렇고, 실향민이 많은 속초며 양양을 비롯해 이번에 (민주당이) 처음 이긴 지역이 많다"며 기뻐했다.
한나라당은 그의 천안함 사건 의혹 추적을 색깔론으로 연결시켰지만 효과는 없었다. 최 지사는 "이번 선거에서 색깔론 효과가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강원도에서 안 통하면 다른 곳은 더욱더 안 먹힌다, 그런 시대는 끝났다는 걸 강원도민이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최대 승리요인을 "힘에 의한 정치가 물가폭등 등 경제 실패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실패'를 꼽았다.
최 지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선 금강산관광 하나만 재개돼도 고성 등의 지역 경기는 바로 살아난다는 것이다.
선거 대표공약도 '동해안 평화의 공단' 건설이었다. 북한의 철광석을 들여와 가공해 수출하는 제철공단을 강릉 옥계에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최 지사는 "동해안에 대기업을 유치한다고 하지만 물류비용이 많이 들어 대기업들이 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공단이 답"이라며 "개성공단은 북쪽에 있어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있는데, 이 공단은 남쪽에 만들겠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르긴 하지만 지사직을 마친 뒤 계획을 물었다. 그는 "지금까지 모든 직책을 두 번 해본 적이 없다"며 "두 번 하려고 마음먹으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에 3년 동안 지사직에 온 힘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사직을 마치는 3년 뒤, 그는 58세가 된다. MBC에 계속 있었다면 정년퇴임을 할 나이지만 정치인들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때다. 우선은 최 지사가 낯선 영역인 지방행정에서 어떤 결과물을 낼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지만, 파격적인 도전을 계속해온 그가 3년 뒤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하는 눈길도 많아지고 있다.
"선거 때 자기 자랑 못해서 참모들한테 엄청 깨졌다"
다음은 최문순 신임 강원도지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당선과 취임 소감을 말해 달라. "당선 직후 지금까지 쉬지를 못했다. 피곤하긴 하지만 50년 동안 '한나라당 정권'이었던 지역을 지난번에 이광재 전 지사가 뒤집었고 이번 당선으로 다시 확인도장 찍은 것에 대해 도민에게 감사한다. 이번에 처음 이긴 지역이 많다.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화천도 10표 차로 이겼고,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도 그렇고 실향민이 많은 속초며 양양도 처음 이겼다. 이런 데에 의미가 있다."
- 선거운동 중에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선거라는 게 자기자랑인데 마음이 따라가질 않아 못하겠더라. TV 토론, 연설 때 자랑을 하라고 하는데 그걸 못해서 참모들한테 엄청 깨졌다. 제일 크게 자랑한 게 'MBC 사장시절 경영평가가 좋았다' 정도다. 가족들을 선거에 동원하는 것도 힘들었다. 집사람은 평생 가정주부로 살아온 사람인데 선거 무대 차에까지 올라탔다. 집사람은 무대차에서 '여보세요, 전데요, 찍어주세요' 이 말만 했다더라."
- 평기자에서 노조위원장, MBC 사장, 국회의원, 강원도지사까지, 파격의 연속이다."파란만장하다. 이번에도 처음엔 선거에 안 나오려고 했다. 당에서도 처음에 영동 후보를 찾았지 나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후보로 언급됐던 분들이 끝까지 출마를 거절하자 후보가 없는 상황까지 갈 수는 없어 나가게 됐다. 운명인지, 팔자인지 모르겠다."
- 최 지사가 이길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솔직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이런 싸움은 지더라도 나가야 하는 싸움이었다. 손학규 대표가 출마해달라고 전화했을 때에도 이기리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 지더라도 치열하게 하다가 멋있게 져야 민주당이 산다고 생각했다."